돌아다니는 멋(안)

옹기가 옹기종기 외고산 '옹기마을'

unibelle 2011. 11. 21. 19:37

 옹기마을에 옹기사러 갔다가 옹기에 빠져버린 여자

 

  아파트에 살다보니 양념통이며 쌀통 등의 용기들이 예전의 우리 부모님이 쓰시던 자연재가 아니고 모두 만지기 쉬운 합성재로 만들어진 것들이어서 식품을 보관하기가 늘 찜찜했다. 그래서 마당 한 켠의 장독대는 아니더라도 베란다의 여유 공간에 두고 쓸 만한 쌀독과 여러가지 마른 반찬 재료를 넣어 두고 꺼내 쓸 수 있는 독을 사고자 작정하고 길을 나섰다. 외고산 옹기마을은 평소에도 한번 가보고 싶던 곳이었는데, 예전에는 그냥 마을 안에 옹기를 만드는 집들이 여기저기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도로변에 옹기마을을 따로 독립시켜 옹기도 만들고 축제도 열고 하는 곳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마침 평일 낮이라 도로는 한산했고, 바람이 불어 다소 쌀쌀하긴 해도 괜찮은 날씨여서 옹기장수들과 옹기에 관한 이야기도 들으면서 옹기 마을의 여기 저기를 두루 여유롭게 둘러보고 사진도 몇 장 찍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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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는 그냥 평범한 옹기를 대, 중, 소로 구분하여 몇 개 사려고 생각했는데, 견물생심! 옹기도 다 똑같은 것이 아니고 가격도 천차만층이어서 고르기가 쉽지 않았다. 옹기마을을 한 바퀴 다 돌고 나오다가 맨 앞집에서, 동행한 동생은 기념으로 장식용 옹기와 간장 주전자를 하나 사고 나는 고추장, 된장단지와 조미료를 넣을 작은 옹기 몇 개를 샀다. 마지막으로 마른 반찬 재료나 홍시 감을 넣어둘 좀 큰 독을 고르다가 크기, 모양, 색깔 등이 너무나 마땅한 게 없어 시간만 끌게 되었다. 할 수 없이 다른 집으로 가 보았는데, 이 집에서 그만 보통의 옹기가 아닌, 너무나 우아하고 마음에 쏙 드는 멋진 독을 발견하고는 반해버린 것이다. 주인은 우리나라 무형문화재의 1인인 옹기장 모 씨의 아들로서 아버지의 대를 이어 가업으로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내가 반해버린 옹기는 옹기 축제를 위해 아버지가 만드신 작품인데 딱 한 점 남았다고 했다. 가격이 웬만한 값진 도자기 뺨칠 정도라서  많이 망설이다가 다른 것 몇 개보다 이게 더 낫겠다 싶어 눈 딱 감고 사 버렸다.

 

 

  옹기의 품위가 품위인지라 베란다 구석에 두기는 너무 아까워 주방의 아일랜드 탁자 옆에 두고 거실에서도 감상할 수 있도록 배치앴다. 독의 신분에서 장식용 도자기로 승격한 나의 옹기. 이제 이 옹기는 나의 애장품이 될 것이다. 오는 사람 가는 사람 다 보고 좋다고 한다. 옹기의 품질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상태지만(옹기장인이 만든 거니까 물론 실망시키지는 않겠지)  오래도록 잘 간수했다가 대물림해도 되겠다 싶다. 지금 이 독 안에는 시골에서 사 온 대봉 감이 잔뜩 들어있다. 하루에 한 번씩 독 뚜껑을 열어 본다. 감이 제대로 잘 익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또 한번 만져보고 싶기도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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