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다니는 멋(밖)

파묵칼레의 경이 - 석회붕

unibelle 2012. 2. 19. 23:07

터키 여행 일정 막바지에 접어드는 일곱째날, 파묵칼레에 도착하자마자 얼른 식사를 끝내고 호텔 온천탕에서 잠시 온천욕을 즐겼다. 낮동안의 피로가 말끔히 가시는 것 같았다. 호텔은 유명 관광지답게 리조트의 모든 것을 갖춘 아주 운치있고 아름다운 호텔이었다. 특히 시골 마을에 위치해 있어서 조용하고 공간이 여유로워서 모처럼 편안한 밤을 즐길 수 있었다. 호텔 주변에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양곱창' 집이 있다는 소문에 저녁 마실을 나가 보았다. 허름한 선술집 같은 식당들이 몇 집 있긴 한데, 고기 굽는 냄새와 연기로 자욱한 실내를 창문으로 들여다 보고는 맘이 내키지 않아 발길을 돌렸다. 호텔 정문 앞 편의점에서 터키산 캔맥주를 사들고 들어와 호텔방에서 가볍게 한잔하면서 저녁시간을 즐겼다.

 

 

 

호텔 안 기념품 가게에서 가족과 친구들을 위해 기념품 몇 개를 샀다.

 

 

 

 

기념품 가게 주인이 활짝 웃으며 포즈를 취해 주었다.

 

 

 

 

 

파묵칼레(Pamukkale) : 히에라폴리스(Hierapolis)

 

파묵칼레는 '목화 성(Cotton Castle)'이라는 뜻을 지닌 터키어인데, 고대도시 히에라폴리스(Hierapolis)의 폐허 위에 흘러내린 석회붕이 마치 목화 솜으로 만든 성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석회붕이 있는 곳으로 들어가면 좌우에 고대도시의 잔해들이 관광객들을 맞는다. 도시 폐허 안쪽 깊숙한 곳에 2세기 경에 건축된 원형극장이 현재 부분적으로 복구된 상태로 남아 있고, 1세기에 건축된 개선문을 비롯한 여러 유적들이 여기저기 흩어진 채로 그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또한 예수의 제자 중 한 사람인 성 필립이 이곳에서 순교하여 묻혀 있다.

 

이곳을 흘러내리는 뜨거운 온천수는 질병을 치유하는 효과가 있어 수세기 동안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와 치유욕을 하고 있으며, 파묵칼레의 호텔 수영장은 이 온천수로 채워져 있다. 히에라폴리스 북쪽 3km 지점의 카라하이트 마을에 있는 언덕에서 흘러내리는 온천수는 빨강, 녹색, 노랑의 삼색을 띠는데, 이는 철분으로 가득한 물이 지상으로 흘러 내리면서 여러 색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곳에 있는 로마 시대의 목욕탕 중 하나는 그 상태가 양호하여 현재 박물관 건물로 사용되고 있다.

 

 

히에라폴리스 입구

 

 

 

히에라폴리스 안내도

 

 

 

 

현재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로마시대의 목욕탕

 

 

 

 

 

 

 

 

뒷쪽 멀리 원형극장이 보인다.

 

 

 

 


 

 

이튿날 아침, 파묵칼레의 석회붕을 보러 가는 맘이 설레고 있다. 사진으로 봤던 하얀 성, 눈도 아니고 물거품도 아니고, 터키인들의 눈에는 아마도 목화솜을 펼쳐 널어놓은 것처럼 보였나보다. 딱딱한 석회암 덩어리들이 뜨거운 온천수에 온 몸을 풀어 헤쳐 흘러내린 모습들이 멀리서 보면 거대한 성채처럼 보인다. 층층이 편평한 바닥에 고인 물들은 하늘을 담고 있어 푸른 빛을 발하니 물이 흘러 내리는 곳은 푸르스름한 옥색으로 신비감을 더해 준다. 아! 정말이지 자연의 걸작 앞에서 끝없이 겸손해질 따름이다. 동굴 속의 석회암들은 익히 봐 왔지만 이렇게 노천에 무진장 펼쳐진 석회암의 향연은 처음이라 더욱더 신비롭다. 족욕을 할 수 있다고 해서 발을 들여놓긴 했지만, 어쩐지 불경스럽고 자연을 더럽힐 것만 같아서 조심스럽다. 멀리 걸어 나가지도 못하고 한쪽 귀퉁이 물 흘러가는 수로 옆에 앉아서 발을 담그니 따뜻한 온천수의 감촉이 발끝에서 부터 온 몸으로 전해지는 듯하다. 잠시 선경에 와 있다는 착각을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