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오스 섬에서 출발한 야간 페리에서 편안하게 밤을 보내고 아침 일찍 아테네의 피레우스 항에 도착했다. 마중 나온 현지 주민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역시 한국 식당(아테네 최고)에서 맛있게 식사를 하고 이름도 거룩한 아크로폴리스로 향했다. 마침 비가 내리고 있었는데, 다행히도 큰 비는 아니어서 그다지 불편을 겪지는 않았다. 그동안 너무나 좋은 날씨에 감사했는데 이 정도의 가랑비 쯤이야 기꺼이 맞아줄 수도 있다는 너그러운 마음이었고, 또 준비해 간 우산을 모처럼 사용할 기회가 생겼다며 서로 위로를 했다. 어떻게 보면 황량하고 메마른 '신들의 언덕'을 촉촉히 적셔 주어 보는 이로 하여금 세월의 무상함을 덜 느끼도록 하려는 신들의 배려가 아닌가 하는 맘도 들었다. 실제로 옅은 안개와 함께 비오는 아크로폴리스의 유적들을 바라보노라니 더욱 더 신비감과 경외감이 더하는 듯 하여 괜히 맘이 숙연해졌다.
★ 에피소드 : 아테네 행 야간 페리에서 있었던 헤프닝.
밤 늦게 승선을 하려니 모든 승객들이 피곤하고 지친 상태이다. 현지 사람들은 일상인 양 별 다른 기색없이 평소처럼 간단한 옷차림에 밤배를 탈 준비가 되어 있는데, 여행객들은 무거운 짐에다 오래 기다린 끝이라 마음이 바쁘다. 어서 빨리 침실을 배정받아 편안히 눕고 싶은 심정이다. 승선할 때 소나기까지 퍼붓는 바람에 몸은 으스스 한기가 들고 따뜻한 잠자리가 더욱 그리워지는 시각이었다.
여행사 인솔자가 데스크에서 방을 배정 받아 나왔는데, 4인 1실이라 다른 승객과 함께 사용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이미 각오를 했기 때문에 키를 받아서 정해진 방으로 갔다. 페리 직원 한 사람이 동행하여 방을 확인하고 문을 열어주고 갔는데, 이게 웬 일인가? 우측 하층 침대에 백발이 성성한 백인 남자가 누워 있다가 문이 열리자 놀란 눈으로 우리 쪽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가? 순간 너무나 당황하여 우린 두 사람이 모두 그 자리에 못 박은 듯 서서 꼼짝을 못했다. 도대체 모르고 한 일인지 알고도 그런 것인지, 이럴 수는 없다 싶어서 인솔자에게 얘길 했더니 데스크에 문의를 해 보겠다며 갔는데... 돌아오지를 않는다.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데스크로 가니 인솔자는 주변에 우두커니 서 있다. 얘기를 했는데 못 믿겠다는 듯한 인상으로 좀 있어 보라는 것이다. 마침 당사자가 왔으니 잘 됐다며 이야기를 하고 승선 티켓을 확인했는데, 직원들 끼리 묘한 사인을 주고 받는 것이 아마도 자기들 실수였던 것 같다. 두말 않고 다른 방으로 바꿔주었다. 전화위복이라고 4인실에 두 사람이 편하게 밤을 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거기다 우리의 인솔자, 그 틈을 타서 자기도 독방을 하나 얻었단다. 우리 덕이라며 고마워했다. 마침 비수기라 빈 방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지 여름철 성수기에는 어림 반푼어치도 없고 따로 사용하는 추가 요금을 엄청나게 지불해야만 한다는 것을 아는 우리로서는 그저 복이라 생각했다. 현지인들은 거의 대부분(노약자를 제외하고) 침실을 이용하지 않고 대합실이나 카페를 이용하는 것 같았다. 몇 시간만 견디면 되는데 구태여 비싼 요금을 지불하고 침대칸을 이용할 필요가 없을 성 싶다. 로비나 카페에는 현지인들이나 성수기에 방이 모자랄 경우를 대비하여 매우 안락한 소파들을 갖추고 충분한 편의를 제공하고 있었다. 더러는 앉아서 더러는 누워서도 갈 수 있도록 푹신한 벨벳 커버의 의자와 긴 소파들이 탁자와 함께 잘 배열되어 있었다. 과연 관광 대국다운 서비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이 정도는 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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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얘기지만, 프랑스 파리에서 TGV(야간 침대차)를 타고 스페인의 마드리드까지 간 적이 있다. 그때 '꾸쉐뜨'라는 간이 침대차를 이용했는데, 밤 늦은 시간이라 승차권에 적힌 칸과 좌석 번호만 확인하고는 그대로 들어가 잤다. 침대칸도 불이 꺼진 채 모두들 자고 있었다. 이튿날 아침 도착하여 일어나 보니 아뿔싸! 남자 칸이 아닌가! 다행히 난 하층 문 쪽이라 위층과 안쪽을 보지 않고도 바로 들어가 잘 수 있었는데, 만일 안쪽이나 위층이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하니 지금도 아찔하다. 아침에 밝은 곳에서 보니 이미 내린 사람도 있고 다음 역에서 내릴 사람 한 둘이(젊은이) 나를 내려다 보고 자기들이 약간 멋적은 표정을 지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근데 분명 내 승차권의 좌석 번호대로 맞게 찾아 들어간 것이니, 아마도 역에서 직원이 번호를 배정할 때 착각을 한 것 같다. 동양, 그것도 어려운 한국 사람의 이름, 아무리 영문자로 표기되어 있어도 남, 여를 구별하기가 그리 쉽지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그때는 한국인 여행객이 아직은 많지 않던 때라 더했을 것이기도 하고. 어쨌거나 젊은 시절이어서 겁도 없고 또 그들 또한 수많은 여행객들 중의 한 사람이니 이런 일, 저런 일을 함께 경험하는 것이다. 이런 것이 또한 여행하는 즐거움 아닌가? 너그럽게 생각하면서.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 파르테논 신전
아테네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아크로폴리스의 정점에 위치한 아크로폴리스 최대의 신전으로 아테네의 수호신 '아테나'를 모시던 곳. 유네스코가 지정한 문화유산 1호인 파르테논 신전은 기원전 438년에 완성된 도리아 양식의 건축물로서 완벽한 비례와 균형잡힌 건축물과 더불어 신전의 조각들은 도리아 양식 건축물 중 최고라 평가 받으며 고대 건축의 정수로 여겨져 왔다. 또한 많은 사람들의 착시 현상을 보정하기 위해 여러가지 시각 조정 기법이 사용된 과학적인 건축물이다. 멀리서 보면 46개의 기둥들이 일직선으로 곧게 뻗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기둥에 배홀림 처리를 하여 기둥의 가운데가 불룩한 형태이다. 그리고 실제로는 기둥의 간격이 일정하지 않다. 그 이유는 기둥의 뒤에 벽의 유무에 따라서 기둥 사이의 간격이 다르게 보이는 착시 현상 때문에 단순한 수치적인 간격보다 착시현상을 감안하여 멀리서 바라보았을 때 균등한 간격을 느낄 수 있도록 간격을 설계, 축조 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많은 부조물이 대영박물관으로 옯겨져 있는 상태이다. 현재는 복원 공사가 한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뼈대만 남아있는 파르테논 신전의 웅장한 모습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아테네를 방문하고 있다.
아크로폴리스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파르테논 신전
인물사진 안 올리는데, 세계문화유산 제 1호 앞에서 동생이 기념사진 한 장 남기자고 해서 찍었어요.
내친 김에 에라잇! 토끼 우산 자랑하려고 ! 고등학교 은사님 사모님께서 선물로 주신 거거든요.
아크로폴리스의 제일 높은 곳 : 전망대
까치 한 마리 보이죠? 깍깍 울면서 우릴 반겨 주더군요. 한참 동안 앉아 있었어요.
아크로폴리스는 벌써 봄이 왔더군요. 민들레, 질경이가 꽃을 달고 있어요!
♧ 에렉티온 신전(Erechtheion)
아크로폴리스에서 가장 신성한 장소 중의 하나라고도 알려져 있는 파르테논 북쪽에 위치하고 있는 건축물이 에렉티온 신전이다. 기원전 420-393년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신전은 도리아식이 가미된 이오니아 양식을 띄고 있어 보기 드문 건축양식을 자랑한다.
에렉티온 신전이 유명한 또 하나의 이유는 2m 남짓한 높이로 조각된 6명의 소녀상을 기둥으로 한 주랑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아쉽게도 기둥의 일부는 대영박물관 등에 전시되어 있다.
에렉티온 신전의 신화를 갖고 있는 올리브 나무
♧ 야외음악당(The Odeon of Herodes Atticus)
☞ 주의! 금지 사항을 확인하세요!
6세 이하 어린이 출입, 흡연, 장내 음식물 반입, 공연 중 휴대폰 사용, 힐 신고 입장, 공연 중 사진 및 비디오 촬영 금지(플래시 유무 불문) 등.
♧ 디오니소스 극장(Theatre of Dionysus)
디오니소스 엘레우테레우스 극장은 아테네에서 가장 오래 보존된 유적 중 하나이며 대형 야외 극장으로서 디오니소스 신을 기리는 축제에 사용되었다. 이 야외극장은 이보다 뒤에 지어졌으며 더 잘 보존된, 인근의 아크로폴리스 남쪽 경사면에 위치한 헤로데스 아티쿠스 음악당과 종종 혼동되기도 한다.
이 야외극장의 터는 18세기 이후에 알려지기 시작했는데, 1838년 그리스 고고학 단체가 이 극장 유적을 발굴한 것을 필두로 탐사가 계속되었다. 디오니소스 제전과 관련있는 초기 유적은 기원전 6세기, 페이시스트라투스와 그 후계자들이 통치하던 시기의 것이지만, 극장은 기원 전 5세기 까지 이 자리에는 없었다. 초기 극장의 유일하고도 명백한 증거물은 기원 전 4세기에 재사용된 몇 개의 벽돌 뿐이다.
기원전 6세기에 디오니소스 제전과 관련있는 행사들은 고대 문헌에서 입증된 바 있는 사건인, 기원 전 5세기 초반에 나무 스탠드가 붕괴될 때까지 아마도 아테네의 아고라에서 개최된 듯 하다. 아고라에는 관중들이 앉았던 나무로 만든 스탠드가 있고 둥글고 편평한 바닥에 오케스트라가 있었다. 스탠드가 붕괴된 이후에 연극과 음악 경연대회는 아크로폴리스 비탈의 디오니소스 극장으로 옮겨 졌다.
2009년 11월 24일 그리스 정부 당국은 폐허가 된 이 대리석 극장을 부분적으로 복원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문화부의 발표에 따르면 2015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이 복원사업에 9백만 달러가 소요될 것이라고 한다.
디오니소스 극장의 대리석 좌석들
부조들을 재사용하여 건축한 로마식 무대
아크로폴리스에서 대려다 본 아테네 시의 모습들
아크로폴리스를 내려가며 아쉬워 뒤돌아보는 동생입니다.
고대의 보도블럭을 그대로 재현했대요. 모자이크가 규칙적이지 않고 자유분방해서 좋아요.
색깔도 다양하고 정말 예쁘죠. 자유를 갈구하는 아테네의 정신입니다.
아테네의 명물 올리브 나무 : 열매는 작고 관상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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