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 가든

목이 너무 길어버린 기린선인장

unibelle 2011. 12. 11. 13:02

기린선인장이 너무 길어졌어요!

 

  너무나 오래 전이라 정확히 모르겠는데 아마도 한 20년은 되었을 것 같다. 직장 선배가 자신의 테이블 위에 두고 보던 것을 자리를 옮겨가면서 나에게 선물로 남기고 갔다. 받을 그 당시에는 화분이나 화초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이 좀 바쁘던 때라 그리 기쁘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선물이니 소홀히 다룰 수가 없어 집으로 가져 왔다. 베란다 한 켠에 갖다 놓고 그냥 시간 나는대로 한 번씩 물만 부어주고 별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런데 마디 마디에서 푸른 잎이 자라더니 빨간 꽃을 피우는 걸 보고 내 마음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꽃은 아주 작은데 그 색이 너무도 선명하고 꽃의 모양도 앙징맞을 정도로 야무지고 예쁘게 피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계속 관심을 두고 길렀는데 그 꽃이 일년 내내 피고 지고 하면서 키도 쑥쑥 자라는 것이다. 이제 키가 2미터 가까워지고 있다. 영양이 부족해서인지 늙어서인지 꽃은 예전 같지 않지만 아직도 몇 개의 줄기 끝 마디에서 여전히 꽃을 피우고 있다. 나의 베란다 정원에서 나와 함께 한 세월이 가장 긴 동반자이다.

 

 

♣ 기린선인장은 줄기가 자라면 적당한 크기만 남기고 잘라서 다시 꽂아 두면 잘 자란다고 한다. 하지만 기린의 목을 자르기가 싫어서 그냥 놔 두었다. 그래서 사진에서 보듯이 진짜 기린의 모습이다. 난 화초를 가꾸면서 사람보다는 식물을 더 생각하는 편이다. 잎이 마르거나 꽃이 져도 내 손으로 그걸 떼어내지 않는다. 저절로 떨어질 때까지 기다린다. 그리고 영양제도 잘 안 주는 편이다. 우리 집 화초들은 거의 물 만으로 자란다. 그래도 잘 자라고, 심지어는 죽어가던 화초도 가져와서 살려서 잘 기른다. 비결은 나의 사랑이다. 나는 동물도 마찬가지지만 식물과 대화를 나눈다. 물론 일방적인 나의 말이지만 식물들도 그걸 알아 듣는 것 같다. 왜냐 하면 '제발 살아 나거라'하고 물을 주면서 한 달이고 두 달이고 기다리면 그냥 살아나는 것이다. 나의 자랑이 아니고 그냥 그렇게 대하다 보니 화초가 알아서 보답을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