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투각 백자와 포도 문양 백자 도자기
수년 전에 모 백화점 갤러리에서 전시 판매하는 백자 도자기를 샀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작가가 직접 작품 설명을 하는데, 작품도 좋았지만 그 작가의 때묻지 않은 신선함에 더 끌렸던 것 같다. 시간도 꽤 늦었던 걸로 기억되는데 작품 이야기를 듣다보니 판매보다는 그냥 사는 이야기 쪽으로 대화가 흘러가는 바람에 첫 날은 그냥 구경만 하고 돌아섰다. 집에 와서 생각하니 아무래도 한 점 사야할 것 같아서 다음 날 다시 찾아가서 작품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감상하고는, 경제적 사정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두 점을 골랐다. 그때 그 작가의 말이 떠오른다. "갖고싶어하는 사람이 돈이 없어 갖지 못하면 어떡하느냐?" "시간과 노력이 들긴 하지만 나는 또 만들면 되니 마음에 들면 가져가라"고. 얼마나 겸손한 태도인가? 수많은 전시장을 둘러 봤지만 많은 작가들이 자신의 재능을 뽐내면서 작품의 가격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걸 봐 왔다. 예술품은 부르는 게 값이니 가격에 대해 운운하면 그야말로 '촌놈' 소리 듣기 쉽다. 비쌀수록 좋은 작품이라는 인식때문에 작품의 수준을 떠나 좀 이름이 있다 싶으면 높은 가격을 매겨 놓는 속물 근성을 지닌 예술가도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이 작가는 달랐다. 작품 수준은 대한민국 제일이라 해도 될 것 같은데 자신을 한없이 낮추는 작가의 태도에 난 인간적으로 반했다. 그리고 그의 말대로 내가 마음에 들어하는 아주 괜찮은 작품 두 점을 정가에서 많이 할인된 가격으로 내게 선뜻 내주었다. 동행한 동생은 자그마한 이중 투각 도자기(이건 매우 비쌈)와 다기 세트를 구입했다. 이후 그 작가의 작업장에 두어 번 찾아가서 구경도 하고 부인이 구운 생활도자기도 듬뿍 선물받아 오기도 했다. 자주 왕래하기로 해 놓고는 근래에 소식이 뜸하다. 작가의 예명은 무토, 부인은 토미 씨. 요즘은 어떻게 지내시는지 안부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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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무토의 걸작 엿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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