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르쿠츠크 시내 관광
알혼 섬에서 1박한 후 다음 날 아침 역시 페리-바지선을 타고 사휴르따 선착장까지 와서, 다시 전용 버스로 5-6시간 걸려 이르쿠츠크 시내에 도착했다. 말로만 듣던 자작나무가 셀 수도 없이 빽빽히 들어찬 숲이 끝도 없을 듯이 이어지는 도로를 달리다 보니 이국적인 정취가 물씬 풍겨 감회가 새로워진다. 고급스런 하얀 빛갈의 몸뚱이 위에 연약한 듯 하면서도 싱싱한 잎들이 무성하게 달려 있는 크고 작은 나무들. 자작나무가 매력적인 것은 아마도 이 흰 몽통 덕분일게다. 온난한 지역의 삼림은 대체로 몸통이 어두운 색갈의 나무들이 많은데, 겨울의 혹한 추위와 얼음, 눈 등,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한계의 극한 환경을 대표하는 시베리아에서 자라는 이 나무들은 마치 연약하고 창백한 피부를 가진 북구의 어느 귀족 부인을 연상시킨다. 강한 햇볕에 그을린 피부는 탄탄하고 건강해 보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좀 서민적인 느낌이 들어 유색인종인 우리들은 별로 아름답게 여기지 않는다. 그래서 너도나도 희다 못해 파리하기까지한 서양 여인들의 피부를 동경하며 매일 아침 거울 앞에서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며 '미백'에 집착하는 지도 모른다. '연약한 것은 아름답고, 아름다운 것은 연약하다?'
나 또한 자작나무에 매료되어 무척이나 기대하며 맘이 설레었었다. 인문학을 전공한 사람답게, 문학작품 속에 수도없이 등장하는 자작나무 숲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었다. 한데, 막상 천지 사방에 지천으로 널려 있는 자작나무를 보니 신기하거나 새롭다거나 하여 기념사진을 찍기 보다는 그냥 '아, 이게 자작나무 숲이구나!' 정도로 맘 편하게 지나쳤다. 나도 모르게. 여행 후 돌아와서 친구에게 바이칼 얘기만 줄창 해 댔더니, 대뜸 "자작나무는 많더나?" 하고 묻는 것이다. 역시 문학을 전공한 그녀 또한 시베리아 하면 자작나무가 떠오르나 보다. 사진을 보내 달라고 하는데, 막상 찾아보니 제대로 자작나무를 주인공으로 찍은 사진이 없다.! 구차한 나의 변명은 "자작나무, 별거 아니다. 그냥 몸통이 하얗고 나무 자체가 좀 무르고 약해서 가구 등 목재용으로는 부적절하다더라." 등. 그래도 친구는 우긴다. "거기까지 가서 자작나무를 찍어 와야지!" 나의 마지막 항변 : "자작나무는 모양 생김새보다 그 이름 때문에 좋게 생각된다고. '자작'은 귀족의 한 호칭이기도 하지. 암튼 이름도 멋있고 다른 나무들과는 달리 몸통이 하얀 색이어서 시베리아의 눈과 잘 어울려서 그렇게 좋아 보인다고. 사실은 가서 보면 별 거 아니라고(?)". 하지만 푸르고 무성한 잎들이 가을에 황갈색 단풍으로 바뀌고 이어서 두툼한 시베리아의 눈을 뒤집어 쓰면 자작나무의 하얀 몸뚱아리는 눈인지 나무인지 분간이 안 될 듯 싶은데, 반대로 눈 속에서도 짙은 갈색 옹이가 더욱 선명해지면서 자작나무의 하얀 몸은 훨씬 더 눈부신 아름다움을 발산한다고 하니, 우리의 자작나무에 대한 깊은 사랑은 결코 이유가 없지않고 아무리 좋아해도 지나침이 없을 듯하다.
이르쿠츠크 시내를 관통하는 안가라 강은 바이칼 호수에서 발원하는 유일한 강이다. 330여 개의 강이 바이칼로 흘러드는 반면, 빠져 나오는 강은 안가라 강이 유일하다고 한다. 강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도시가 발달한 듯하다. 18-20세기 러시아인들이 거주하던 가옥과 바이칼 지역 소수 민족 브리야트 족들의 전통가옥과 생활 양식을 재현한 탈치 목조건축 박물관이 이채롭다. 대부분 통나무 가옥들을 야외에 그대로 지은 듯 전시해 놓은 곳인데, 1970년대 안가라 강의 우스티-이림스크 댐 건설로 수몰된 이림스크 마을을 옮겨오거나 유사하게 새로 지으면서 박물관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르쿠츠크에서는 바이칼을 벗어날 수가 없나 보다. 바이칼을 조망할 수 있는 리스트비안카에서 노천 재래시장을 잠시 둘러보았다. 말린 생선과 러시아 인형 마트로슈카가 눈길을 끈다. 겨울철에는 스키장으로 변한다는 체르스키 전망대에서도 아름다운 바이칼이 보인다. 리프트를 타고 오르는 동안 아래 쪽 구릉지대에 지천으로 깔린 보라색 들꽃들. 거대한 자연 식물원이다.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니 샤먼 바위라는 게 있다(너무 작아서 실제로 잘 안보인다). 물 속에 잠긴 거대한 바위의 한 부분 만이 수면 위로 솟아 있는데, 이 바위 주변은 거대한 소용돌이 덕분에 한 겨울에도 얼지 않는다고 한다. 이곳에서 브리야트 인들이 바이칼의 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옛날 브리야트 인들은 범죄자를 이 바위 위에 올려 놓고 다음 날 아침까지 남아 있으면 무죄방면하고 없으면 바이칼 신이 수장시켰다고 믿었다는 곳이다.
어느 도시든 사람 사는 곳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사원이나 교회, 성당 등이다. 1866년 설계, 1894년 완공되었다는 시베리아 최대의 성당 카잔스키 대성당은 그 화려한 외관에 압도된다. 두건이나 모자를 쓰야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 마침 준비한 머플러를 두르고 내부를 둘러 보았다. 외관만큼 화려하고 웅장하지는 않았지만 다소 이색적인 공간 구성이 눈길을 끈다. 정원을 둘러보다 마침 사진작가를 만났다. 아님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왜냐 하면, 알혼 섬에서 우아직에 동승한 기념으로 사진을 찍어준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어색하고 뻣뻣하게 포즈를 취하니 부자연스럽다며 그냥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자연스럽게 있어라 하여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서 있었는데, 그 사진이 바로 아래에 포스팅되어 있다.
그 외 영원의 불꽃이 있는 키로프 광장, 광장 주변의 주 정부 청사, 스파스카야 교회, 로마 카톨릭 교회 등과 성 니콜라이 교회, 데카브리스트들과 초기 러시아 항해인들, 그 가족들의 묘가 안장된 즈나멘스키 수도원, 제정러시아 시대 흑해 함대 사령관으로 볼셰비키와 싸우다 안가라 강 위에서 총살을 당했다는 콜착크 제독의 동상(2004년 건립) 등을 거쳐, 18세기 목조 건축물이 즐비한 아름다운 카페거리로 알려진 130번가를 산책하였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거리의 악사들에게 팁을 주고 나오다 갑자기 길 바닥에 쓰러진 한 청년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 이유는 알 수 없고, 한참 후에 부시시 일어나는 모습을 보고서야 발길을 돌렸다. 돌연사가 아니라 천만다행이었다. 이국에서 이런 당황스런 상황을 겪는 일이 그리 흔한 일은 아닌데, 가끔 접하기도 하는, 남의 일 같지 않은 일이다.♠
카잔스키 대성당
사휴르따 선착장
점심식사 - 현지식 우유뜨니아
마침 그날 결혼식이 있었다.
프로사진작가 이재석님의 작품 - 역시 프로는 시선부터가 남달라!
성 니콜라이 교회
주 정부 청사
영원의 불꽃 - 2차 세계대전 시 전사한 군인들을 위해 1975년 5월 8일 건립
모스크바로 가는 문 - 이르쿠츠크로 들어가는 2개의 문 중 하나
소련 공산당원 러시아 정치가 세르게이 키로프 동상
키로프 광장
리스트비안카 - 바이칼을 조망할 수 있다.
노천 재래시장 - 식품, 수공예품등을 판다.
예쁜 마트로슈카 인형과 강에서 잡은 통째 말린 생선이 눈길을 끈다.
체르스키 전망대
현지식 - 크리또바야빠지
탈치 목조건축 박물관
130번가 - 일명 카페거리
러시아 전통인형 마트로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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