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나들이-요르단 1
2018년 1월 초, 국내 'L 여행사'의 「사막에 핀 붉은 장미」라는 매혹적인 이름의 패키지 상품에 나의 일주일을 맡겼다. 요르단 일주를 거쳐 두바이, 아부다비를 둘러보는 7일 여정이다. 아랍 여행. 약간은 설레고 한편으론 다소 낯설기도 하다. 아랍이란 단어를 늘 아무생각없이 입에 올리곤 했건만, 정작 이곳으로 여행을 간다고 하니 갑자기 그 낯섦이 한층 더해지는 것 같다. 종교 때문일까? 딱히 그런 것도 아니다. 암튼 유럽이나 아프리카, 또는 아메리카 여행과는 사뭇 다른 감정을 경험한다. 여행을 시작하기도 전에 말이다.
여행 일정 중에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사해'에서 부영(浮泳) 체험을 한다는 것. 무슨 여행이든 동기유발이 중요하다. 이번 아랍 여행 - 극히 아랍의 일부에 속하지만 - 의 가장 큰 매력은 아라비아 대륙에 발을 디디고 그 오랜 역사(특히 종교적 측면이 더 강하다) 속으로 침투한다는 점도 있지만, 어릴 때부터 동경해 오던 그것,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사진을 떠올리게 만든, 바로 이 사해에서의 부영이다. 끝이 안보이는 푸른 바다 위에 편안히 누워서 책을 보고 있는 한 남자의 모습. 거기다 비치파라솔까지 펼쳐 들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과연 이것이 가능한 일일까? 나도 한번 해 봐야지. 드디어 그 꿈이 이루어지려나?
1월 6일 토요일. 새벽 1시 10분 발 아랍에미레이트 항공사의 EK329 편으로 인천에서 두바이까지 약 10시간 10분을 날아서 아라비아 대륙에 도착했다. 현지 시각 06시 20분. 동쪽에서 서쪽으로 오니 시차 덕분에 5시간을 번 셈이다. 근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다시 우리의 첫 여행지인 요르단의 암만으로 가야하기 때문에 오전 8시에 두바이 - 요르단 암만 향발 연결 항공편EK901로 갈아탔다. 약 3시간 40분의 비행 끝에 암만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9시 40분. 암만은 두바이보다 서쪽이라 2 시간 더 늦다. 그러니까 한국보다 7시간이 느린 셈이다. 이제부터 여기서 본격적인 여정이 시작된다.
여행사에서 제공한 전체 여행 일정을 참고로 보면, <인천-두바이-암만-제라쉬-암만-아르논-와디럼-페트라-사해-암만-마다바-암만-두바이-아부다비-두바이-인천>로 되어있다. 하지만 현지에서의 실제 여행 순서는 날씨와 교통 등 주변 여건상 다소 변경되기도 하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대부분은 정해진 대로 진행되었고 지리적 특성과 날씨 등을 감안하여 사해 투어가 첫날로 앞당겨서 진행되었다. 한국에서의 출입국은 인천, 아랍에서의 출입국은 모두 두바이를 통한다. 여행의 반은 요르단, 나머지 반은 두바이와 아부다비에서 이루어진다고 보면 될 것 같고, 요르단에서는 수도 암만을 거점으로 하고 있다. 기록의 편의상, 일자별로 포스팅하기로 한다.
오늘은 그 첫째날. 암만에서 1시간 30분 정도 버스로 이동하여 세계 최대의 모자이크 성지 지도로 유명한 마다바의 <성 조지교회>를 보고, 근처에 모세의 무덤이 있다고 전해지는 느보산을 거쳐 사해에서 부영체험을 한 뒤 암만의 호텔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 마다바(Madaba)
해발 700m 고지에 위치한 마다바는 4000여 년의 역사 속에서 구약성서에는 메드바로 언급되는 고대도시이다. 7세기 경 대지진으로 도시가 파괴되어 폐허로 변했다가 19세기 무렵 기독교인들이 이주하면서 재건되었다. 재건 당시 폐허 속에서 성 조지(St. George) 교회가 발견되고, 그곳에서 550년 경 만들어진 모자이크 지도가 발견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세계 최고(最古)의 성서 모자이크다.
♠ 느보산(Mt. Nebo)
마다바에서 가까운 곳에 모세가 오랜 시간 사막을 유랑하다 애굽(이집트) 땅을 떠나 마침내 이곳에 이르러 가나안 땅을 바라보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이다. 우리 일행이 도착했을 때는 느보산이 온통 안개로 뒤덮혀 있어 주변을 전혀 분간할 수가 없었다. 느보산 정상 - 산이라기 보다는 언덕 - 에는 여기저기 널려 있는 몇 개의 기념탑과 자그마한 교회가 자리잡고 있다. 모세의 무덤이 있다고 전해지는 곳에 세운 교회다. 모세를 상징하는 놋으로 만든 뱀 십자가탑이 눈길을 끈다. 모세 추모비와 교황이 다녀갔다는 글귀가 새겨진 기념탑도 이채롭다.
교회 내부
♠ 느보산을 뒤로 하고 오늘의 마지막 여정인 사해로 향한다. 사해(死海 : Dead Sea)는 글자 그대로 '죽은 바다'를 뜻한다. 본래 바다였지만 사방이 막히면서 더 이상 바닷물의 유입이 없어지고, 이로 인해 생물의 생존이 불가능할 정도로 염도가 높아진 바다다. 생물은 살 수 없지만 물 속에 각종 유기물질이 함유되어 있고, 또 해발 400m 아래에 위치해 있어서 산소 포화도가 높아 유럽인들의 휴양관광지로 오래 전부터 인기를 누리는 곳이다.
기다리던 사해 부영 체험이건만, 날씨가 영 도와주지 않는다. 겨울이라 기온도 낮은데다, 때도 오후 늦은 시각에 날씨마저 우중충하니 금새 비라도 올 것 같이 하늘에는 검은 구름이 가득하다. 그래도 일정은 그대로 진행되고, 나는 드디어 사해에 내 몸을 띄우면서 수십년 동안 꾸어오던 꿈 하나를 실현했다. 누워서 읽을 거라고 신문지도 준비했건만, 우선 물에 들어가서 드러누워 몸을 뛰우는데 급급한 나머지 신문지는 가이드의 손에 그대로 남겨지고, 겨우 내 몸만 물 위에 떴다. 좀더 멀리 나가고 싶었지만 위험하기도 하고 파도가 밀려오는 통에 오래 버티지 못하고 금방 나와버렸다. 염도가 높아 물을 마시거나 눈에 들어가게 하면 안된다는 가이드의 경고를 받은 터라 레인코트로 머리와 몸을 온통 감싸긴 해도 사정없이 덮치는 바닷물을 나무랄 수도 없고 해서 아쉬움을 남기고 나와 버렸다. 그 아쉬움을 머드팩으로 달래주는 가이드의 배려가 고맙다. 한국에서도 하지 않던 머드 팩. 피부병과 관절염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사해의 머드 팩을 지금 아니면 또 언제 해보랴 싶어서 주저하지 않았다. 일행 중에 젊은이들도 쭈볏거리며 들어가지 못하다가, 나를 필두로 하나 둘씩 용기를 내어 물속으로 발을 들이미는 것을 보고는 은근히 기분이 좋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