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다니는 멋(밖)

초원의 나라, 몽골

unibelle 2017. 9. 13. 14:00

★ 지구상 가장 강대했던 나라, 몽골 제국


  정작 이름은 몽골 여행이었지만 바이칼 호수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한 터라,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 없지 않다. 하지만 그래도 너무 아름답고 아쉬운 바이칼 호수와 알혼 섬 투어였기에 상대적으로 빈약한 몽골에서의 여정이 그리 불만스럽지는 않았다. 넓은 땅에 적은 인구, 우리 나라와는 정 반대의 환경 속에서 나고 자란 몽골인들은 어딘지 모르게 여유가 있어 보인다. 어마 무시하게 광대한 초원 위에 듬성 듬성 조가비를 엎어 놓은 듯 자리잡은 게르들을 바라보면서, 평화롭고 여유롭다 못해 쓸쓸하기조차 하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다. 하지만 이 아름답고 평온한 초원의 계절도 잠시 뿐(연중 3-4개월 정도)이고 곧이어 춥고 황량한 겨울이 시작된다고 하니, 사계절이 뚜렷하고 지구상에서 최적의 기후 조건을 자랑하는 우리나라가 면적은 비록 좁고 인구 밀도는 높지만 그래도 꽤 살만한 나라임은 분명하다. 가축을 먹여 살리기 위해 매년 아주 먼 길을 갔다 또 돌아오는 유목민의 일상생활이 무척 고단하고 힘들텐데도, 아직도 이런 생활을 계속 이어가는 몽골인이 전 국민의 20% 이상이 된다고 하니, 과연 전통과 민족과 혈통으로 똘똘 뭉친 칭기스칸의 후손답다는 생각을 해 본다.


  드넓은 초원에 우둑 솟은 칭기스칸의 기마동상. 세계에서 제일 높은 동상으로 높이 40m, 무게 250t에 이른다. 몽골 통일 800주년을 기념해 2008년 완공되었다. 동상이 세워진 곳은 울란바토르 동쪽 천진불독이란 곳인데, 칭기스칸이 황금 채찍을 주운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 동상의 채찍은 황금색으로 도금되어 있다. 엘리베이터로 말머리 부분까지 올라가 관람할 수 있고 아래를 내려다 보면 드넓은 초원이 펼쳐진다. 로비에 전시된 거대한 장화가 생각난다. 역사책에서 묘사한 어릴 때의 칭기스칸의 모습이 떠오른다. '정복자가 되고자 하는 맘은 추호도 없고, 오로지 가난과 주변의 위협으로부터 자신과 가족을 지키고 살아남기 위해서 전쟁을 할 수 밖에 없었다'는 칭기스칸이다. 그래서 가는 곳마다 승리의 깃발을 휘날렸지만, 그곳을 정복하되 점령하거나 지배하지 않았다. 정복의 이유는 단 한가지 - 이후, 절대 몽골을 침략하거나 배신행위를 하지 말 것. 물론 전쟁이란 전리품 획득이란 큰 목적을 완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칭기스칸은 상대가 위협을 가하거나 그럴 위험이 있다고 판단될 때만 전쟁을 했다는 것이 여타 제국의 군주들과 다른 점이다. 정복한 땅 조차도 그대로 원주민들이 원래대로 살게 내버려 두고 본인은 다시 몽골의 초원으로 되돌아 간 것을 보면 영토 확장이나 전리품 획득이 그의 궁극의 목적이 아님을 증명해 준다. 하지만 역사가들(대부분 유럽)의 기록은 언제나 아전인수격이다. 그들은 유럽의 입장에서 아시아를 원시적이고 야만적인 땅으로 바라보고, 칭기스칸 역시 그러한 야만과 무지의 땅에서 태어난 일개 오랑캐 정도로 과소평가한 것이 사실이다. 물론 정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올바른 역사관을 가진 학자들도 있긴 하다. 그들 덕분에 오늘날 칭기스칸과 몽골 제국에 대한 역사가 재조명되고 있기도 하다. 지구상에서 가장 강하고 가장 넓은 영토를 정복한 가장 인간다운 정복자는 바로 칭기스칸이라고 말이다.


  테를지 국립공원. 1993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산과 계곡, 기암괴석과 숲, 초원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거북바위, 책읽는 바위 등 기묘한 바위들이 많다. 우리는 그 이름도 역시 붉은 바위인 '레드락(Red Rock)'이란 아름다운 리조트에서 하룻밤을 지냈다. 게르 체험을 병행할 수 있는 곳인데, 처음에 게르 체험을 신청했다가 화장실과 욕실 사용 등이 불편하다 하여 리조트로 다시 바꾸었다. 일행 중 게르 숙박을 하는 한 팀의 초청으로 잠시 게르 내부를 둘러 볼 수 있었다. 원형의 넓은 공간에 천막을 따라 가장자리에 침대가 놓여 있고 한 가운데에 탁자가 있어 식사 등 가사를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물론 일상의 게르와 여행자 숙박용 게르가 똑 같지는 않다. 그래도 대부분의 경우 이와 비슷하고, 천정 중앙에 천창을 만들어 채광과 환기가 가능하도록 만든 것도 비슷하다고 한다. 누워서 환기창을 통해 밤하늘의 은하수를 즐길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밤 늦게까지 기다렸건만, 그날 따라 뇌성 번개와 함께 소나기가 내렸다. 보통 한여름에는 해가 늦게 지고 밤이 늦게 오기 때문에, 칠흑같은 밤에 반짝이는 별들을 보려면 새벽 1-2시는 되야 한다고 하니, 아름다운 구경거리는 그리 만만하게 주어지는 게 아닌가 보다.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그날 밤 내린 것이 비가 아니고 우박이라는 사실을 다음 날 아침에 알았다. 한여름에 우박이라니! 몽골 초원의 기후를 짐작케 한다.


  테를지에서의 승마 체험도 잊지 못할 추억거리다. 한국에서 제주도나 민속촌 등에서 말 잔등에 올라타 본 경험을 가진 사람들은 지레짐작을 하고 타지 않겠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가이드의 권유로 모두 타기로 했다. 잠시 몇 발자욱 띠다가 말겠지 했는데, 거의 1시간 반 가량을 그야말로 말타고 숲속 산책을 했다. 오솔길을 따라가다 개울도 건너고 숲속을 돌고 돌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었는데, 시간이 그렇게 빨리 가다니! 처음에는 말 안장에 오르는 것도 어색하고 어려웠던 사람들이 막판에는 '추, 추!'를 연발하며 말더러 달리라고 명령을 한다. 앞에서 말고삐 하나 씩을 잡고 안전하게 안내를 하던 어린 몽골 기마소녀와 소년들이 씨익 웃는다. 어릴 때부터 말과 함께 생활하는 그들의 천진하고도 늠름한 그 모습을 보는 것만도 바로 힐링 그 자체인데, 그들 덕분에 말이라면 전혀 모르던 무지랭이들이 삽시간에 흥분하고 자신감에 넘치는 아마추어 기수가 된 듯 했으니 고마울 따름이다. 말타기에 심취해 사진작가님이 셔터 누르는 것도 몰랐는데, 운 좋게도 한장 찍혔다. 바람에 날리는 모자나 방해가 되는 소지품은 모두 벗어놓고 타라는 지시때문에 사진 찍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어 아쉬웠는데, 얼마나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인지, 새삼 이재석 작가님께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사실 승마체험이 무척 재미있고 짜릿해서 돌아와서 지인들에게 자랑도 하고 싶었기 때문에 사진 한 장도 없다면 좀 그렇지 않을까 싶던 참이었던 터라 더없이 반가운 선물이 아닐 수 없었다.


  울란바토르 시내 관광에 나섰다. 몽골의 마지막 황제인 복드칸이 20여 년간 살았던 궁전을 박물관으로 개조한 복드칸 궁전, 본래 여름 궁전과 겨울 궁전이 있었는데, 여름 궁전은 없어지고 지금의 박물관은 겨울 궁전을 개조한 것이라고 한다. 칸의 유물, 전 세계의 왕들로 부터 받은 선물들, 박제 동물등과 함께 18-19세기 티베트 작가들의 불교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시 러시아와 연합으로 일본을 물리친 기념으로 1971년 건립된 자이승 승전탑은 울란바토르 시내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 구실도 한다. 1914년 몽골에 들어와 '동의의국'이라는 병원을 개업하고 몽골인들에게 의술을 베풀면서 항일 운동을 하다 1921년 러시아 백군에 의해 교살된 대암 이태준 선생을 기려 2000년 건립된 기념 공원. 1938년 세워진 몽골 최대 라마불교사찰인 간단 사원(본명은 '간당텍친렝(완벽한 기쁨이 있는 위대한 장소)')에는 높이 26m의 불상이 있고 불상 안에는 27톤의 약초, 334개의 경전, 200만 개의 만트라가 들어 있다고 한다. 간단사원을 둘러보고 나오려는데 또다시 기습적으로 소나기가 내렸다. 사원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으려니 비가 아니라 우박이다. 테를지에서의 우박을 도심에서도 보게 되다니, 한참을 기다렸다가 소강 상태가 되자 가이드가 뛰라고 한다. 난데 없는 달리기. 초등학교때를 생각하며 열심히 달리던 기억이 난다. 국립역사박물관을 거쳐 지금은 칭기스칸 광장으로 이름이 바뀐 수흐바타르 광장으로 향했다. 중국으로부터 몽골 독립을 이뤄 낸 수흐바타르 장군(혁명의 아버지로 불림)을 기리는 광장으로, 광장 주변에 박물관, 백화점, 우체국 등 주요 기관과 건물들이 있다.♠




칭키스칸


칭키스칸 할아버지의 품에 안겨 찰칵!














칭기스칸의 장화












몽골 독수리







독수리 들어올리기 체험. 있는 힘껏, 어라차! 우아, 되게 무거워요!!!


하중을 못이겨 팔이 구부러져 쩔쩔매는 동생입니당!













다리 예술 갤러리










한국인들을 위한 배려


레드 락 리조트










거북바위









현지식 허르헉


자이승 전망대





















이태준 기념공원














복드칸 궁전 박물관














점식식사를 한 한국 식당




칭기스칸 광장






갑자기 검어지는 하늘













몽골리안 샤브샤브 -  일명 칭기스칸 샤브샤브

말고기, 양고기, 소고기가 나온다.

그 중 제일 맛있는 건 말고기!

첨 먹어본 건데, 그 맛에 반했다!

아무런 냄새없이 그저 담백한 맛이다.










이게 말고기인 듯.



칭기스칸 국제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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