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의미론(과제물6)
외국인 학습자를 위한 유의어 교육방안
1. 서론
한국어 형용사 ‘좋다’와 ‘괜찮다’는 기초어휘로서 사용빈도가 아주 높고 그 의미 또한 ‘긍정적’이다. 이 두 형용사의 사전적 정의를 보면, ‘좋다 : 성질이나 내용이 보통 이상이거나 우수하다’, ‘괜찮다 : 별로 나쁘지 않고 보통 이상으로 좋다’이다. 개념적으로 거의 동일한데, ‘좋다’가 ‘괜찮다’에 비해 정도가 조금 더 강한 것으로 이해될 수도 있다. 또는 거꾸로, ‘괜찮다’가 ‘좋다’에 비해 정도가 조금 약한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실제 화용 실태를 보면, 이 두 형용사는 의미상의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거의 동의 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래도 반드시 구별해야 할 의미상의 차이가 엄연히 존재한다. 이렇듯 의미 차이가 대동소이한 유의어가 외국인 학습자들에게는 오히려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섣부른 유추나 일반화로 인해 오류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국어 화자들이 아무런 어려움 없이 사용하는 아주 유쾌한 단어인 ‘좋다’와 ‘괜찮다’의 유의관계와 의미 차이를 변별해 보는 것도 한국어 학습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되어 연구 대상 유의어로 선정하였다.
2. 유의어 교육 방안
유의어 교수 학습 절차에 따라 우선 선정된 유의어를 제시해야 한다. 유의어 쌍의 의미 제시 방법으로는 가시적인 자료를 활용하는 방법, 제2언어를 활용하는 방법, 맥락을 활용하는 방법 등이 있다. Nation(2001)은 제시 수단에 따라 행동을 통한 제시, 실물을 통한 제시, 그림이나 도표를 통한 제시, 번역을 통한 제시, 제2언어를 통한 제시, 맥락의 단서 제공을 통한 제시로 나누었다. Thornbury(2002)도 비슷한 방법을 제시했는데, 각 제시 방법이 갖는 한계점과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순차적으로 제시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지닌다. McCarthy(2003)는 주제, 의미, 형태, 맥락 관련성의 네 가지로 분류하였는데, 이 중 의미를 이용하는 방법은 유의어 등의 의미관계에 초점을 맞추는 방법이다. 이들이 제시한 방법 중 유의어 쌍의 의미 차이를 제시하는 데에 효율적인 방법은 시각적인 자료를 이용하는 방법과 제2언어를 이용하는 방법, 그리고 맥락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이러한 유의어 제시는 각 유의어에 대한 정보를 효과적으로 제공해 줄 수 있어서 한국어 수업 현장에서 유용하다.
이렇게 제시된 어휘를 가르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어휘만을 제시하는 것인데, 이것은 의사소통능력이라는 틀에서 볼 때 별로 바람직하지 못하다. 다른 하나는 대화 등을 통한 상황과 문맥 속에서 가르치는 방법인데, 유의어 사용 능력을 신장시키는 데에 효과적이다. 또한 유의어의 의미를 제시할 때에는 각 유의어의 난이도에 맞추어 교육 시기를 결정해야 한다. 특정한 유의어 쌍이 각각 초급과 중급 단계에서 제시될 경우는 중급 단계, 중급과 고급 단계에서 제시될 경우는 고급 단계에서 제시함이 적절하다. 초급 단계에서 학습자는 본문 내에 등장하는 단어만으로도 힘들어하기 때문에 유의어 제시로 인한 학습량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이 좋다. 이와 관련하여 한재영(2010)은 유의어 의미 차이에 대한 학습은 중급 단계에서 시작하며, 유의어 간의 미묘한 의미 차이를 학습하는 것은 고급 단계에서 주로 이루어짐을 언급했다.
가시적인 자료를 활용하여 유의어 쌍의 의미차이를 제시하는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실제 행동, 벤 다이어그램, 정도성의 차이를 표현한 그래프, 격자틀(grid) 등이 있다. 이 방법은 주로 구체적인 사물을 제시할 때 효과적이며 추상적인 단어의 의미 구별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벤 다이어그램, 정도 차이를 표현한 그래프, 격자틀은 유의어 쌍의 의미상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이해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제2 언어를 활용하는 방법으로는 설명과 예시가 있다. Thornbury(2002)는 예문 제시, 유의어/반의어/상위어 제시, 상세한 정의 제시 등의 방법을 언급했는데, 이 중에서 설명은 학습자들의 수준을 고려하고 선행 학습된 단어만을 이용하여 최대한 간단, 간결하게 해야 한다. 유의어/반의어 등의 의미 관계를 활용한 예시는 전반적인 어휘교육에 적합하다.
맥락을 활용하는 방법은 각각의 유의어가 실제 맥락 내에서 어떻게 사용되는가에 초점을 맞춘 방법이다. McCarthy(2003)는 언어를 사용함에 있어서 언어의 선택은‘말투(register)’의 지배를 받는데, 주제 영역(field), 전달 격식(tenor), 실현 형태(mode)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주제 영역은 스포츠나 경제 뉴스, 전달 격식은 격식 혹은 비격식, 권위 혹은 평등, 실현 형태는 음성 언어 혹은 문자 언어, 강의 혹은 편지 등이다.
3. 교육 방안의 적용
선정된 유의어 쌍 ‘좋다/괜찮다’의 교육 방안으로 먼저, 제2언어 활용 방법 중 유의어/반의어의 의미 관계를 활용해 보도록 한다. 설명을 위해 김해옥 외(2004)가 분류한 ‘좋다’의 문법적 ․ 의미적 특성을 보면 다음과 같다.(표의 내용은 변경)
계열관계 |
통합관계 |
어휘 의미 관계 |
용례 | |
유의 관계 |
반의 관계 | |||
성상 |
무엇이 좋다 무엇이 무엇이 좋다 |
뛰어나다 |
나쁘다 |
경치, 품질이- |
착하다 |
사람, 성격이- | |||
맑다 |
날씨가- | |||
기쁘다 |
기분이- | |||
심리 |
누가 무엇이 좋다 |
마음에 들다 |
싫다 |
나는 빨간색이- |
평가 |
무엇이 무엇에 좋다 |
알맞다, 적당하다 |
나쁘다 |
낮잠이 피로회복에- |
-어도 좋다 |
괜찮다, 되다 |
(-면) 안 되다 |
이제 가도- |
위의 표를 보면 ‘좋다’가 ‘괜찮다’와 유의 관계로 분류된 경우는 ‘-어도 좋다’ 의 의미를 가지는 경우이다. 아래 예문 (가)는 집에 가도 ‘아무런 문제될 것이나 상관될 것이 없다’는 의미이고, (나)는 버섯을 먹어도 ‘별 탈이나 이상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반의어를 통해 검증을 해도 의미상 유의 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가. 집에 가도 좋다/괜찮다. 집에 가면 안 된다.
나. 이 버섯은 먹어도 괜찮다/좋다. 이 버섯은 먹으면 안 된다.
위의 경우를 제외한 다른 상황에서도 ‘좋다’와 ‘괜찮다’는 유의어로 빈번하게 사용되는데, 아래 예문에서 보듯 이 경우는 다소 의미상의 뉘앙스를 갖는다. 따라서 이런 경우는 시각적 자료 제시 방법 중 정도성 차이를 제시할 수 있다. ‘좋다’가 갖고 있는 긍정적인 의미가 확실하다면 ‘괜찮다’는 그 정도가 좀 덜한 경우에 주로 많이 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때 그 정도성을 가늠하기가 사실상 어렵다. 아래 예문 (가)에서 ‘사람이 괜찮다’고 할 때 괜찮은 정도가 모호한 것이 사실이다.
긍정의 확실함 ---------------긍정적--------------부정의 확실함 ‘좋다’ ‘괜찮다’ |
가. 사람/경치/날씨/기분이 좋다/괜찮다.(성상)
나. 나는 파란색이 좋네/괜찮네.(심리)
다. 산나물이 몸에 좋아요/괜찮아요.(평가)
이러한 모호성을 다소 완화시켜 주는 방법으로 맥락을 활용하여 사용역을 제시할 수도 있다. 대체로, ‘좋다’가 격식 상 문어체와 구어체 표현에 두루 사용된다면, ‘괜찮다’는 주로 구어체 표현에서 자주 볼 수 있다. 따라서 ‘좋다’보다 일상생활에서의 사용 빈도가 높은데, 그것은 ‘좋다’가 확실한 긍정을 나타내는 데 비해, ‘괜찮다’는 ‘긍정’ 이긴 하지만 ‘중립에 가까운 긍정’의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정도의 차이가 분명 있으면서 또한 ‘부정’적이지 않음을 표현하고 싶을 때 사용한다. 의사소통의 실제 상황에서 감지할 수 있는 미묘한 심상이나 판단, 평가 등을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는 융통성이 있어서 사용 영역이 ‘좋다’보다 넓다고 할 수 있다.
|
청자에 대한 화자의 태도 |
실현 형태 |
좋다 |
단호한 긍정 |
문어/구어 |
괜찮다 |
중립에 가까운 긍정 |
구어 |
4. 결론
형용사 ‘좋다’와 ‘괜찮다’는 어휘적 측면에서 보다 화용적 측면에서 유의관계를 형성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하겠다. 실제로 한국어의 ‘괜찮다’는 화자의 태도가 단호하고 단정적이지 못한 경우에 ‘좋다’를 대신할 수 있는 매우 편리한 대체 수단이다. 이런 점을 잘 주지시키면 학습자들이 의사소통에 있어서 두 단어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경우에 ‘좋다’ 대신에 ‘괜찮다’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정도성의 차이를 감안하여 사용하도록 하고, ‘괜찮다’의 남용은 청자로 하여금 판단의 모호성을 유발할 소지가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을 주의시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