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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개론(과제물5)

unibelle 2014. 9. 28. 11:07

17세기 산문문학의 변모 및 국문소설의 문학사적 의의

1. 개요 : 17세기 소설의 변모 양상

17세기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이라는 두 전란을 겪고 조선 사회가 커다란 변화를 맞는 시기이다. 정치적으로 지배계층의 기반이 서서히 무너져 가기 시작했고, 경제적으로는 농업자본과 상업자본이 형성되면서 지배층의 경제적 기반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사상적으로는 성리학에 대한 비판과 반성 속에서 이수광의 <지봉유설>, 유형원의 <반계수록> 등 일련의 실학서적들이 저술되면서 실학사상이 일어났고, 두 난을 겪은 후 목숨을 바쳐 전쟁에 참여한 평민층의 신분 상승이 이루어지면서 평민층의 의식이 성장하였다.

국문학사 측면에서는 본격적으로 소설 창작의 시대가 열린 시기이다. 전 시대의 맥을 이은 <수성궁몽유록(운영전)> 등의 몽유록계 작품들, 국문소설의 효시로 알려진 <홍길동전>, 전쟁을 겪으면서 가족 이산의 아픔을 그린 <최척전>이 나왔다. 또한 궁중 옥사를 소재로 한 <서궁일기>가 궁녀에 의해 한글로 만들어졌으며, 이 시기를 대표하는 김만중의 <구운몽><사씨남정기>를 비롯하여 시기를 정확히 확정지을 수 없는 영웅소설과 군담소설들이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소재로 하여 나타났다. 이렇듯 이 시기에는 몰락한 양반이나 중인 계급에 의해 다양한 유형의 한글과 한문소설이 상업자본과 결합하여 출판됨으로써 소설 독자층이 확대되었다.

이 시기의 문학사적 특징은, 우선 전대의 주류를 이루던 전기소설들이 단편에서 중, 장편으로 발전하게 된다. 이는 복잡한 체험을 담기에는 단편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사회, 경제, 정치적 상황이 변함에 따라 새로운 계층 - 사대부 부녀자 계층과 중간계층 - 이 출현하고 독서 수요가 증가하며, 한글창제 후 본격적으로 국문소설이 증가하게 된다. 이 시기의 소설의 특징을 보면, 사건의 갈래가 확장되면서 다양한 소설 유형의 형성 가능성을 보여준다. 장편소설의 독자층을 형성하고 전대와 당대의 서사문학 작품들이 지닌 다양한 서사 정보의 운용과 서술적 기교와 함께 이들의 창작기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수용하게 된다. 내용면에서는 유교적 이념과 가부장제 사회의 현실구조가 담겨 있다.

 

2. 배경 : 16세기 서사 전통과 변모의 징후

15세기에 나타난 김시습의 <금오신화>16세기 신광한의 <기재기이>17세기 소설문학 태동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금오신화>는 문학 장르상 전기(傳奇)소설이라 불리며 우리나라 전기체 소설의 효시로 간주되는 작품이다. 자연 발생적인 고유한 정착 설화의 영향과 명나라 구우의 <전등신화>의 영향을 받아 한글 창제 직후 발표된 한문소설로 이후 전기체 소설을 발전시키는 시발점이 되어 주었다. 전형적으로 신기하고 괴상한 이야기를 소설화한 것이 특징이며 현재 <만복사저포기><이생규장전><취유부벽루기><남염부주지><용궁부연록> 5편의 단편이 전해진다. <금오신화>는 민간전승설화를 수용하였지만 이를 작가가 설정한 허구적인 이야기 속에 적절하게 용해시켰다. 이처럼 전승구조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작가의 의도에 따라 허구세계가 창출되면서 본격적인 소설시대를 열어주었다는 점에서 문학사적 의의가 있다.

신광한의 호를 딴 <기재기이>에는 <서재야회록><안빙몽유록><최생우진기><하생기우록> 등 네 편이 수록되어 있다. 이 중 <최생우진기>는 김시습의 <용궁부연록>과 내용이 비슷하고, <하생기우록><만복사저포기>와 비슷하다. 그러나 이 두 편 모두 기이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전하는 데 치우치고 자아와 세계의 갈등이 심각하지 않아 소설이 되다 말았다는 평과 함께 <금오신화>의 영향을 외적으로만 받아 소설의 정착에 방해가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설도 있다. 이 작품들에는 전기소설, 몽유록, 가전체 등의 요소가 두루 원용되었으며, <금오신화>에 비해 문제의식이 약화되고 비현실계와의 교섭이 일회성을 띠며 교술성이 강화되고 서사적 긴장이 결여되어, 극적 긴장을 유지한 내적 형식의 창출에 실패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하지만 <기재기이>는 전기소설의 한 전형을 마련했고, <최치원전><만복사저포기>로 이어지는 소설 형성기의 소설문학 전통을 계승하고 있으며, 임제의 <수성지>, 권필의 <주생전>, 허균의 <홍길동전>이 나오기까지 조선 초기의 소설사적 공백을 메워주고 있다는 점에서 문학사적 의의를 찾을 수 있다.

 

3. 특징

1) 17세기 국문소설의 특징

우리나라 문학사에서 진정한 국문소설은 17세기 초, 광해군 때 허균이 지은 <홍길동전>에서 시작된다. 이 작품은 당시 서얼차별에 대한 계급 타파를 주제로 한 사회소설로서 영웅소설의 근간을 이루었다. 당시 널리 퍼진 중국의 <수호전><서유기><삼국지> 등의 영향을 받은 작품으로 한국소설사에 있어서 최초의 국문소설이라는 점과 시대와 밀접하게 관련된 사회성을 부각시킨 점이 주요 사항으로 꼽힌다. 이어서 국내를 무대로 한 <임진록>, 중국을 무대로 한 <조웅전>등의 영웅소설이 다수 발표되어 널리 읽혔다. 17세기 후반 김만중의 <구운몽><사씨남정기>는 소설의 발전을 가속화한다. <구운몽>은 환몽구조로 엮어진 이상주의의 대표작으로서 불교 금강경의 공사상(空思想)을 바탕으로 한 사상과 서정이 교착된 소설이고, <사씨남정기>는 숙종 때의 기사환국을 배경으로 엮어진 일종의 가정소설이다. <홍길동전>이 구성에 있어서 우연성과 비현실성을 담고 있는 데 반해, 이 두 작품은 현실에 바탕을 두고 있어 우연성과 비현실성이 많이 줄어든 특징이 있다. 두 작품 모두 내용과 문체 면에서 사대부 취향의 고급문화가 소설과 접합될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시대의 작품들 상당수는 국문본과 한문본이 함께 있어 두 층의 독자를 가깝게 해주는 역할을 하였다. 이 중 작자 미상의 <숙향전><운영전>은 사대부 가문의 사건이 아닌 고독한 여주인공의 운명을 다룬 작품이다. 국문소설 중에는 작가가 밝혀지지 않은 것이 많은데, 이름이 남아 있지 않은 작가는 사대부 출신이거나 그 이하 신분일 수도 있는데, 소설의 영리적 유통이 확대되면서 시민 계층 출신의 직업적 작가가 많아졌으리라 추측된다.

2) 17세기 한문소설의 특징

우리나라의 한문소설은 한문이라는 표기상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한국문학사상 중요한 의의를 지니고 있다. 형성 초기, 중국과 밀접한 관련성을 지녔지만, 점차 중국적 규범에서 벗어나 조선 후기에 이르러 그 내용과 형식에 있어서 독자적인 성격을 띠게 된다. 한문소설은 발생 초기부터 당대의 역사적 현실이나 인물을 대상으로 하였으나, 17세기 이후에는 격변하는 전환기의 역사 현실을 살아가는 양반사대부를 비롯하여 최하층 천민에 이르는 당대 사회의 전 계층의 생생한 삶의 모습을 매우 사실적으로 옮겨놓게 된다. 작품으로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거치면서 역사적, 또는 허구적 영웅을 주인공으로 한 군담류소설 (軍談類小說)과 남녀애정을 다룬 염정소설(艶情小說)이 주류를 이룬다. 군담소설로는 <임진록><임경업전><최고운전><남홍량전><운향전> 등의 창작군담소설이 있다. 애정소설은 윤리소설로도 불리는데, 권필의 <주생전>을 비롯하여 <운영전><상사동기><숙향전><홍백화전><삼한습유><육미당기> 등을 들 수 있다. <주생전><금오신화><홍길동전>을 이어주는 소설사적 위치를 지닌다. 이들 작품들은 양란 이후에 대량으로 나타난 국문 군담소설과 그 맥을 같이한다. 애초에 한문으로 창작되거나, 또는 한글 영웅 군담류를 모방하거나 번역한 작품들로서, 국문본을 비롯한 다양한 이본(異本)이 전한다.

한문소설은 양반 사대부는 물론 중인 이하 최하층 인물들에 대한 관심과 그들이 취하고 있는 역사적 현실을 구체적으로 문제 삼았다. 이것은 한문소설이 당대의 비판적 지성에 의해 지어진 것이어서 당대 현실의 모순에 대한 뚜렷한 인식과 개조의 의지가 문학을 통해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4. 의의 : 이후 산문문학에 미치는 영향

17세기는 문학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시기였다. 봉건적 계급질서에 저항하는 새로운 내용의 소설들과 함께 등장한 최초의 국문소설 <홍길동전> 한글과 함께 자아(自我)에 눈뜬 평민계급들의 문예운동을 일으켜 이후 소설문학이 일반 서민계급과 발전을 같이하게 되는 데에 기여했다. 중국으로부터 유입된 많은 소설들은 일반 대중이 애독하였을 뿐 아니라, 대부분은 우리말로 번역 또는 번안되어 자연스럽게 우리의 소설문학을 자극하였고, 한글 또한 조선 후기에 들어와서는 완전히 보편화되어 소설 발달에 절호의 기회를 주었다. <구운몽>은 이후 <옥루몽> <옥련몽> 등 몽자류 소설 출현에 영향을 미쳤으며, 18세기 이후 유교이념의 변모와 실학의 성장을 배경으로 인물전기체 작가인 박지원과 이옥 등이 배출되면서 단편소설의 성숙기를 맞이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