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 가든

벤자민 열매 보신 적이 있나요?

unibelle 2012. 9. 16. 15:21

벤자민에 노란색 열매가 달렸어요!!!

 

집에서 기르는 수종 가운데 사람에게 가장 이롭고 기품도 빼어난 것이 벤자민이다. 종류도 여러가지라고 하는데 우리 집 벤자민은 잎의 끝이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뾰족하게 생긴 오리지널 수종이다. 여러 해 전에 남의 집 문 앞에 버려진 것을 언니가 데려 왔는데, 처음에는 내 것이 아니었다. 우린 모두 아파트 생활이라 나무가 키도 있고 분도 크고 해서 일반 주택에 사시는 엄마에게 키워보시라고 드렸는데, 엄마는 도무지 자신이 없으시다면서 사양하시는 바람에 잠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었었다. 사실 그때 당시에 벤자민의 몰골이 그야말로 말이 아니었다. 키만 멀쩡히 크고 몇 개 남지 않은 잎들은 누렇게 말라 병든 모습이 역력했다. 가지 끝에 간신히 매달려 있는 잎들조차 정말 오늘 내일, 언제 마지막 잎새가 될 지도 모를 판국이니, 판단 빠른 우리 엄마의 생각에도 백 퍼센트 일리가 있었다. 엄마의 사양에 잠시 어리둥절 갈 곳을 잃은 벤자민을 앞에 놓고 침묵이 오가는데... 데려온 언니의 성의(분이 커서 형부가 타이탄 트럭에 싣고 특별히 배송하였음)도 있고 나름 벤자민에 대한 애정도 있던 내가 키우겠다고 나서는 바람에 내 것이 된 것이다. 그때는 아파트도 넓지 않아 거실에 두었는데 환경이 적절하지 않은 것 같아 비좁은 베란다에 다른 화분들을 밀치고 가장 좋은 곳에 두고 심혈을 기울였다. 잎에 물이 오르고 잎의 수가 점차 늘어났는데, 이번에는 벌레가 기승을 부린다. 기어다니는 벌레도 아니고 잎 뒷면과 줄기에 비늘처럼 닥지닥지 붙어서 수액을 빨아 먹는, 생전 처음 보는 벌레를 일일이 손으로 떼어내는 일을 수없이 되풀이하고 영양액을 주입했다. 이후 점차 벌레는 사라지고 나뭇가지가 자꾸 늘어나면서 이젠 그늘을 이룰 정도로 잎들이 무성하게 자란 벤자민. 죽어가던 목숨이 순전히 나의 사랑과 열정을 먹고 자란 것이다.

 

근데, 이렇게 자란 준 것도 이쁜데, 나도 모르게 아름다운 열매를 맺은 것이다. 처음에는 몰랐다. 열매가 눈이 잘 가지 않는 높은 가지에 윗 쪽을 보고 맺혔기 때문인데, 어느 날 화초에 물을 주고 벤자민의 가지와 잎에 샤워를 해 주다가(벤자민은 시원한 샤워를 좋아한다) 열매를 발견했다. 순간 나의 기분이 어떠했는지, 정말 식물의 성장을 보고 이렇게 가슴 설레는 일도 있나 싶을 정도로 흥분되고 강한 감동은 처음이었다. 이제 그 열매는 떨어져 메말라가고 있다. 식물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것은 종족을 보존하는 일이라 혹시 열매 맺고 죽으려는 것은 아닌가 싶어 겁도 났지만, 그럴 리는 없을 것 같다. 지금의 모습이 너무도 싱싱하고 잎사귀 하나하나가 그럴 수 없이 건강하기 때문이다. 벤자민의 열매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들과 이 귀한 순간을 함께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