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생각하는 멋

할레드 호세이니의 '연을 쫓는 아이'

unibelle 2012. 8. 7. 12:32

♤ 할레드 호세이니의 장편소설 : 연을 쫓는 아이

 

 

 

제목 : The Kite Runner(연을 쫓는 아이)

저자 : Khaled Hosseini(할레드 호세이니, 왕은철 역)

출판사 : TKR Publications LLC(현대문학)

출판연도 : 2003년, 미국(2010년, 한국)

 

 


 

★ 저자에 대하여

 

1965년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에서 출생. 1979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후 이듬 해인 1980년에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망명했다. 의사로 활동하면서 소설 작업을 병행하여 2003년 첫 소설인 『연을 쫓는 아이』를 발표하며 데뷔했다. 이어서 두 번째 소설인 『천 개의 찬란한 태양(The Thousand Splendid Suns)』을 발표했는데, 두 소설 모두 세계 각국에서 출판되면서 큰 명성을 얻었다. 현재 세번 째 소설을 집필 중이다.

 

 

★ 아프가니스탄은 어떤 나라?

 

수도는 카불이며 아시아의 서남부에 남북으로 약 970km, 동서로 와칸 지역을 포함해서 1,300km가량 뻗어 있다. 와칸은 북동쪽으로 아프가니스탄과 중국을 잇는 약 241km에 이르는 좁다란 회랑지대이다. 남쪽과 남동쪽으로 파키스탄과 면해 있으며 서쪽은 이란, 북쪽은 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타지키스탄을 경계로 한다. 1979년 소련군 침공 이후 약 500만 명의 주민이 이웃나라로 망명했다. 면적 645,807㎢, 인구 28,395,716명 (2010년 추계, 파키스탄에 1,100,000명과 이란에 1,000,000명으로 추산되는 아프가니스탄 난민 포함). 화폐 : 아프가니(AFN), 언어 : 터키어, 다리어, 파슈툰어, 기후 : 대륙성기후, 종교 : 수니파 이슬람교 80%, 시아파 이슬람교 19%, 종족 : 파슈툰족 42%, 타지크족 27%, 하자라족, 정체/의회형태 : 이슬람공화제, 국가원수/정부수반 : 대통령.

 

 


♣ 인물

 

아미르(나) : 화자. 아프가니스탄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고 (구)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이후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망명, 아프가니스탄 출신 장군의 딸(소라야)과 결혼하고 작가가 된다. 유년 시절 하인의 아들(하산)과 형제처럼 지냈지만 신분의 차이와 자신의 성격적 열등감(특히 아버지의 하산에 대한 사랑과 하산의 용기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으로 하산에 대해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르고 평생 죄책감으로 살아가다 하산의 아들을 아프가니스탄의 고아원에서 구출하여 미국으로 데려와 입양함으로써 하산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을 실천한다.

 

하산 : 아미르의 하인. 하인 알리의 자식으로 살아가지만 실은 아미르의 이복 동생으로 아미르의 아버지(바바)와 알리의 아내(사나우바르)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미르를 위해 연을 쫓다 동네 불량 소년들에게 치욕적인 일을 당하고, 친구처럼 지내던 아미르의 중상모략으로 아버지와 함께 아미르의 집을 떠나 바미안 외곽으로 가서 살면서 그 곳 여자(파르자나)와 결혼하여 아들 소랍을 두었다. 평생 아미르에 대한 충성과 우정으로 살다 탈레반에 의해 개죽음을 당한다.

 

바바 : 아미르의 아버지. 강하고 능력있는 남자로서 아들 아미르의 우상이다. 신분이 다른 여자에게서 태어난 아들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안으로 감추고 상대적으로 합법적인 아들 아미르에게 냉엄하게 대한다. 미국 망명 생활동안 궂은 일들로 고생하다 폐암으로 사망한다.

 

알리 :  바바의 충직한 하인. 어릴 때 소아마비로 오른쪽 다리를 절며 바바의 인격으로 평생 충성을 다짐했지만 하산이 겪은 고통을 알고 바바를 떠난다. 사촌이 사는 바미안 외곽의 작은 마을로 옮겨가 살다 사촌과 함께 지뢰를 밟아 생을 마감한다.

 

라임 칸 : 바바의 친구이자 아미르의 정신적 지주. 강하고 용기있는 아들을 원하는 바바와 나약하고 용기가 없는 성향을 타고난 아미르의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갈등을 조정하는 완충 역할을 한다. 아미르의 작가적 재능을 알고 격려함으로써 아미르가 작가로 성장하는 데에 큰 도움을 주고, 하산의 아들(소랍)을 구출하도록 정보와 지원을 제공하여 아미르의 평생 죄책감을 씻을 수 있도록 기회를 준 은인이다.

 


 

♣ 줄거리

 

이야기는 지금 서른 여덟 살의 나이로 미국에서 작가로 살아가고 있는 한 남자(아미르)가 예전 아버지 친구(라임 칸)의 전화를 받고 26년 전, 고국 아프가니스탄에서 열 두살의 소년으로 살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서 그  때 일들을 회상하면서 시작된다. 이야기는 크게 3부로 나눌 수 있다 : 1부는 아프가니스탄에서 하산과 함께 했던 날들, 2부는 미국 망명 생활, 3부는 다시 아프가니스탄으로 가서 하산의 아들(소랍)을 찾아 미국으로 돌아오기 까지.

 

1부 : 부유하고 주변으로부터 존경을 한 몸에 받는 파쉬툰인 아버지(바바)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고, 그런 아버지로 부터 인정을 받고 싶은 선택받은 아들 아미르. 하인 알리의 아들로 아미르보다 한 살 아래이며 비천한 신분과 보잘 것 없는 외모(언청이)에 배운 것 없는 무식한 하자라인 하산. 두 사람은 인종적 차별이 심한 사회에서도 바바의 배려로 한 집에서 가족처럼 생활하며 친구처럼 지낸다. 사내 아이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모든 추억을 쌓아가는 아미르와 하산. 하지만 부족한 것 없고 누리기만 하는 상전(도련님)인 아미르는 늘 아무런 힘도 없고 가진 것 없는 하인 하산에 대해 알 수 없는 열등감을 갖게 되는데, 그것은 자신이 갖지 못한 용기와 정직과 순수를 하산이 갖고 있고, 자신의 태양인 아버지가 은근히 하산에 대해 필요 이상의 관심과 사랑을 베풀기 때문이다.

 

아프가니스탄의 연례 행사인 '연 날리기' 대회. 꿈에도 그리던 1등을 거머 쥔 아미르. 하산의 도움이 컸지만 자신이 해냈다는 성취감과 아버지 바바의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도취하는데, 하지만 불행히도 이 날은 아미르의 인생에서 가장 영광의 날인 동시에 가장 치욕적인 날이 된다. 연날리기 대회에서 잘린 연을 쫓아가서 손에 넣는 아프간의 전통과 관습에 따라, 늘 그렇듯이 하산은 아미르를 위해 연을 쫓는다. 특히 연을 쫓는 아이들이 가장 탐내는 전리품인 마지막으로 떨어진 연을 잡기 위해 달리는 하산, 그러나 그의 앞을 가로막는 못된 동네 아이 아세프의 패거리들에게 연을 넘겨주지 않고 끝까지 저항하다 그들에게 치욕적인 일을 당하고 만신창이가 되는 하산, 그를 골목 안에 숨어서 지켜보다 달아나는 아미르. 이후 평생을 두고 시달려야 하는 죄책감을 갖게되는 순간이다.

 

아미르의 생일 날. 연날리기 대회에서 1등을 한 아들을 위해 바바가 특별히 배려한 화려한 생일파티에서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선물과 축하 인사를 받는 아미르.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 하산에 대한 죄책감 - 자신을 위해 끝까지 연을 지키다 끔찍한 일을 당하는 하산을 두고 도망쳤다 - 으로 시달린 아미르는 또 다른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 바바가 선물한 손목시계와 두 개의 돈봉투를 하산의 이불 밑에 넣어두고 온 것이다. 도둑으로 몰아 내쫓기 위해. 결국 알리는 하산을 데리고 집을 나간다. 용서와 눈물로 하소연하는 바바를 뒤로 하고.

 

2부 : 알리와 하산을 잃고 상심하던 바바는 러시아의 침공 후 미국 망명을 결심하고 아미르를 데리고 카불을 떠난다. 파키스탄을 거쳐 미국 캘리포니아 프리몬트로 이주한 바바는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이 모여사는 프리몬트에서 주유소 보조원으로 일하며 미국사회에 적응하려 애써보지만 옛 시절을 잊지 못하고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간다. 그곳 벼룩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파쉬툰 족 장군의 딸인 소라야를 마음에 두고 있는 사이 아버지 바바가 폐암을 선고 받자 바바가 죽기 전 소라야 가족에게 청혼을 해 결혼한다. 아미르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작가가 되기위해 산호세 주립대학에 들어가 영문학을 전공한다. 소라야는 친정아버지의 바램 - 변호사나 정치학자 - 을 무시하고 아미르와 같은 대학에 들어가 교직과정에 등록하여 교사로서의 길을 밟는다.

 

유난히 큰 사건이 많았던 1989년 여름, 아미르는 첫번 째 소설을 발표한다. 러시아가 군대를 철수하고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으며 천안문 대학살이 일어난 해인 동시에 두 사람이 아이를 낳으려 시도한 해이다. 소설은 성공적이었지만 이들에게 자식은 주어지지 않는다. 정밀 검사를 해도 두 사람 모두 이상이 없어 소위 '원인미상의 불임'으로 확인되어 치료를 했지만 여전히 임신에 실패하자 시험관수정을 시도한다. 온갖 어려움을 견디며 시도한 시험관 수정마저 실패로 끝나고 의사의 입에서 '입양'이라는 말을 듣고 울음을 터뜨리는 소라야. 입양을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친정아버지의 충고와 함께 복잡한 생각에 사로잡힌 아미르 역시 입양에 대해서는 선뜻 수용하지 못하는 나름의 이유가 있어 당분간 아이에 대한 이야기는 침묵 속에 묻어둔다. 소설의 선 인세를 받고 예쁜 집으로 이사한 두 사람은 각자 자기 일에 몰두하며 평범하고 안정된 생활을 꾸려나간다.

 

3부 : 파키스탄의 '아프간 타운'으로 라임 칸을 찾아간 아미르. 생이 얼마남지 않은 듯 피골이 상접한 그로부터 카불 이후의 아프가니스탄에 대해 들은 이야기들 - 하산의 결혼, 출산, 아미르에 대한 변함없는 충성과 사랑, 하산의 생모(사나우바르)가 찾아온 일, 라임 칸의 부탁으로 카불로 돌아가 바바의 저택을 관리하다 탈레반에게 쫓겨나고 아내(파르자나)와 함께 개죽음을 당한 사실 - 로 인한 충격에서 헤어날 겨를도 없이 그로부터 건네 받은 낡은 폴라로이드 사진 한 장. 그 사진 속에서 웃고 있는 하산과 아들 소랍. 부모를 잃고 이름모를 고아원에 넘겨진 소랍을 찾으라는 라임 칸의 조용하고도 단호한 지시 아닌 소원을 거절하는 아미르. 하산의 출생의 비밀 - 자신의 이복동생 - 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던진 라임 칸. 지난 시절이 송두리째 무너져 내리는 것을 느끼는 아미르. 하지만 '다시 착해질 수 있는 길이 있어'하며 그를 아프가니스탄으로 불러들인 라임 칸의 말을 상기하고, 26년 간 죄책감의 굴레에 갇혀있기 보다는 소랍을 찾는 험난한 여정을 선택한다.

 

라임 칸이 소개해 준 페샤와르의 운전수 겸 안내인(파리드)의 도움으로 파키스탄 국경을 넘어 아프가니스탄으로 들어선 아미르. 폐허가 되어버린 도시는 거지들로 득실거리고, 모든 것이 예전 같지 않은 고국에서 자신의 마음마저 옛 것이 송두리째 뽑혀버리고 가슴 가득 슬픔을 안은 채 행방도 모르는 조카 소랍을 찾아나선 길은 막막하기만 하다. 하지만 탈레반의 잔학무도한 횡포가 아직도 건재한 도시의 한 구석에 쪼그리고 앉은 한 늙은 거지로부터 우연히도 꿈에 그리던 어머니(소피아 아크라미)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자신을 낳다 죽었다는 사실만 알고 있던 어머니, 대학 교수였고 아름다웠다는 아버지 바바의 말로만 기억되고 있는 어머니의 옛 동료를 만난 것이다. 절망의 아프가니스탄에서 건져낸 한 모금의 샘물이요 한 줄기의 가늘지만 강한 빛이요 용기를 주는 큰 말씀이었다.

 

고아원에서 만난 소랍. 경기장에서 공개처형을 하는 등 잔학한 학살을 일삼는 탈레반으로부터 정기적으로 성적 학대를 받는 원아들. 잔학무도한 탈레반의 중심에 아세프가 있었다. 그 옛날 하산을 욕보인 동네 깡패의 우두머리인 아세프가 이번에는 어린 고아들을 상대로 비열한 행동을 서슴치 않는 파렴치한이 되어 있었다. 소랍을 데려가기 위해 아세프가 제안한 한 판 결투에서 만신창이가 된 몸뚱아리로 죽음 직전에 소랍이 쏜 새총에 아세프의 왼쪽 눈알이 빠진 틈을 타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아미르는 소랍을 데리고 도망친다.

 

의식이 오락가락 하는 상태에서 페샤와르의 한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깨어난 아미르. 의사의 진단 : 비장이 파열되고 갈비뼈가 일곱 개 부러져 이로 인해 기흉증이 생겼으며, 충격으로 윗 입술이 정확하게 중앙에서 양쪽으로 갈라졌고, 왼쪽 안와에 골절상과 6주 후에 떼어 낼 턱에 댄 철사는 그나마 약과인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탈레반의 추적을 염려하여 완쾌되지 않은 몸으로 병원을 떠나 라임 칸이 일러준 미국인 부부 - 토마스와 베티 콜드웰 - 를 찾아 나선다. 그들은 기독교인들로서 개인들의 기부금으로 작은 자선단체를 운영하면서 아프간의 전쟁 고아들을 돌보고 있으며 소랍이 오면 받아주겠다고 약속했다는 사람들이다.

 

토마스와 베티 부부를 찾지 못한 가운데, 그들에게 소랍을 맡기고 미국으로 가고자 했던 아미르의 생각이 바뀐다. 소랍을 이곳에 혼자 내버려 둘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슬라마바드에서 호텔에 묵으면서 아미르는 소랍과 친해지려고 애를 쓰는데, 호텔 방을 살며시 빠져 나가 혼자 우두커니 앉아 생각에 잠긴 소랍. 그를 끌어안자 품 속에서 흐느끼는 소랍에게서 아이의 고통을 몸으로 전해 받으면서 아미르는 비로소 친족관계의 뿌리가 내렸음을 느낀다. 소랍은 죽음을 무릅쓰고 아세프로부터 자기를 구해준 은인이 아닌가! 당연히 가족으로서 보호해야 할 의무를 깨닫게 된 것이다.

 

소랍을 미국으로 데려가기로 작정한 아미르는 미국의 아내에게 전화로 자초지종을 말하고 양해를 구한다. 소라야로부터 흔쾌히 승낙을 받은 아미르는 이슬라마바드의 미국대사관에서 입양 수속을 밟으려고 하는데, 여러가지 절차 - 아이가 법적으로 고아라는 증명 - 가 길을 막는다. 대사관 직원이 소개해 준 변호사를 만나봐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그가 제시한 유일한 방법은 소랍을 다시 그곳 고아원에 맡긴 후 청원을 하고 실사를 받은 후 절차를 밟아 입양하는 것. 고아원의 끔찍한 실상을 직접 경험한 소랍은 이 말에 충격을 받고 욕실에서 자살을 기도하는데, 그 순간 소라야로부터 구원의 전화가 걸려온다 : 미국으로 일단 데려오기만 하면 인도적인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고 그로부터 1년 후 입양이 가능하다는 것. 하지만 소랍은 이미 욕조 속에 축 늘어진 상태.

 

호텔에서도 쫓겨나 병원에서 소랍을 간호하는 아미르. 미국보다는 옛날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소랍은 자기를 구해준 아미르를 원망하는데, 병원을 나오면서 아미르의 제안에 수락이라기보다는 체념에 가까운 결정을 할 수밖에 없는 소랍은 지칠대로 지쳐 말문을 닫는다. 미국으로 돌아온 아미르와 소랍에게 정성을 다하는 소라야. 외할머니 - 아미르의 장모 - 는 외손자를 위해 스웨터를 짜는데, 외할아버지 - 아미르의 장인 - 은 신분이 다른 하자르인 아이와 함께 살아야 할 이유를 물을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느라 머리가 아프다. 이에 대해 아미르는 단호히 선언한다 : "장군님, 제 아버지가 하인의 아내와 동침을 해, 하산이라는 이름의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하산은 이제 죽고 없습니다. 소파에서 자고 있는 저 아이는 하산의 아들입니다. 그리고 저 아이는 제 조카입니다. 사람들이 물으면 그렇게 대답하시면 됩니다. ... 장군님, 한 가지 더 부탁이 있습니다. 제 앞에서 다시는 저 아이를 하자라인이라고 부르지 말아주세요. 저 아이에게는 이름이 있습니다. 소랍이라고 합니다."

 

소랍이 침묵하는 동안 미국에서는 쌍둥이 건물이 무너졌고, 그 후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했다. 아미르와 소라야는 아프간을 돕기 위한 프로젝트 - 아프간 국경의 작은 병원을 위한 기금모금운동 - 에 참여하고, 장군은 장관직을 제의받고 아프가니스탄으로 가고, 남편의 부름을 기다리는 장모와 함께 평범한 일상이 전개되는 가운데, 소랍의 마음을 열게 하는 한 줄기 빛이 보인다. 공원의 하늘에 떠 있는 연들. 아미르는 연을 사서 소랍과 연을 날리며 과거 속으로 날아오르고, 소랍에게 주기 위해 떨어진 연을 쫓아 달린다. 그 옛날 하산이 그랬던 것처럼. "소랍을 위해서라면 천 번이라도"를 속으로 외치며.

 


 

 나는 이 책을 읽고 무엇보다도 작가들이 갖는 작가적 재능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많은 작가들이 자전적 요소를 바탕으로 책을 쓴다. 특히 첫 작품인 경우는 거의 다 그렇다고 봐도 된다. 물론 자서전이 아닌 소설이기에 허구의 원칙에 따르기는 하지만, 좋은 작품일수록 소재나 제재가 사실에 바탕을 둔 것이 많은데 이 소설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작가들은 왜 글을 쓰야만 했을까? 글이라는 것이 쓰고 싶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근데 정말 쓰고 싶은 사람들은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고 글을 쓰지 않으면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상황 속에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니면 거꾸로 천성이 글쟁이로 타고 났기 때문에 밖으로 드러나는 행동보다는 안으로 깊숙히 파고드는 침묵의 행동이 더 강한 것인가? 예를 들어 이 작가(작품 속의 '나')의 경우처럼, 천성이 나약하고(좋게 보면 섬세하고 예민하며 부드러운 것이기도 하다) 우유부단하며 용기가 부족하여 형제처럼 지내던 친구(하인)가 또래의 불량배들에게 끔찍한 일을 당하는 것을 보고도 어떻게 할 수 없었던 그 아픈 기억을 오랫동안 가슴 속 깊이 묻어두고 아파한 사람들이라면 말이나 행동 대신 그 응어리를 글로라도 표현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 작가의 경우도 어릴 때부터 글쓰기를 좋아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그 글이 튀어나오도록 만드는 결정적인 동기는 역시 아프고 강한 충격이나 오랫동안 눌러온 가슴 속 사연들이 아니겠는가! 좀더 무의식 속으로 들어가 따지고 보면 작가의 글쓰기는 '어머니의 부재'가 만들어 낸 것일 수도 있다. 아이가 자라면서 시시각각 변하는 많은 생각과 행동을 풀어 내면 받아줄 사람이 필요한데 그 사람이 바로 어머니다. 근데 작가는 자신의 삶과 어머니의 삶을 맞바꾼 엄청난 일을 자신도 모르게 겪은 것이니 결국 작가의 경우도 천성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다. 

 

말이나 행동으로 그때그때 표현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굳이 오랫동안 그 무거운 쇳덩어리를 차고 있다 글로 풀어내는 일은 별로 없을 것이다. 글이 좋은 사람치고 달변가인 경우가 많지 않고 웅변가들은 글보다 말을 더 선호하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작가란 그냥 되는 것이 아니고, 천성을 타고 나되 글로 표현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할 것 같은 혹독한 아픔이나 뚜렷한 동기'가 있어야만 가능한 것임을 이 작품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해 본다. 천성을 타고 나되 동기가 부여되지 않으면 글은 나오지 않을 것이고, 아무리 강한 자극이 주어져도 글쓰는 재능을 타고 나지 못하면 좋은 글은 나오기 어려울 것이니, 뛰어난 작가는 이 두 가지가 잘 맞아 떨어지는 행운 속에서 태어나는 것이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낙천적으로 바라보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뚜렷한 아픔이나 시련 없이 그저 밋밋하고 평탄한 길을 걷고 있는 나는... 그래서 작가가 되지 못한 것일까, 아님 천성이 작가가 아닌 것일까?

 

 


 

◈ 책 속의 말들

 

1. 탈레반의 망언들

 

# "... 형제여, 공개적인 처형은 가장 위대한 쇼지. 극적이고 긴장감이 있고, 무엇보다도 집단적인 교육의 기능을 하거든."

 

# "... 우리는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남자들과 사내아이들을 모았지. 그리고 가족들 앞에서 쏴 죽였어. 그들이 보도록 말이야. 그들이 누구인지, 그들의 자리가 어디인지 기억하도록 말이지."

 

# "... 때때로 우리는 문을 부수고 안으로 들어가 자동소총으로 방안을 갈겼어. 연기로 앞이 안 보일 때까지 말이야."

 

# "... 방 안에 가득한 표적 앞에 서서 스스로가 고결하고 착하고 품위 있다고 느끼며, 자신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는 마음으로 아무런 죄의식도 가책도 없이 총을 갈기기 전에는 '해방'이란 말의 의미를 알 수 없지. 그 기분은 기가 막히지."

 

# "... 집집마다 갔었지. 먹고 기도를 할 때만 쉬었어. 우리는 시체를 거리에 놔뒀지. 그들의 가족이 몰래 시체를 끌어가려고 하면 그자들도 쏴 죽였어. 우리는 시체를 개들을 위해 남겨뒀지. 개들보고 먹으라고 말이야."

 

2.  라임 칸의 말들 : 아미르에게 보낸 편지

 

# "... 아미르, 너는 그가 물려받은 재산과 죄를 짓고도 무사할 수 있는 특권을 상징하는 존재였다."

 

# "... 하지만 네가 명심해야 할 게 하나 있다. 그것은 양심도 없고 선하지도 않은 사람은 고통을 당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 "... 네가 이해해줬으면 싶은 게 있다. 그것은 선이, 진짜 선이 네 아버지의 죄책감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이다. 때때로 나는 그가 했던 일을 생각해 본다. 네 아버지는 거리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주고 고아원을 세우고 어려운 친구들에게 돈을 줬다. 그 모든 것이 속죄하고자 하는 그 나름의 방식이었다. 내 생각에는 그게 진짜 구원이다. 죄책감이 선으로 이어지는 것 말이다."

 

3. 아미르의 어머니에 대한 기억

 

# "이제 나는 내 어머니가 꿀이 들어간 뜨거운 차와 아몬드 케이크를 좋아했으며, '너무'라는 말을 한때 사용했고, 자신이 행복한 것에 대해 불안해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는 어머니에 대해서 평생 바바에게서 들은 것보다 거리에 있는 노인에게서 더 많은 걸 알게 되었다."

 

 


 

에필로그

 

이 책을 통해 아프가니스탄이라는 나라에 대해 조금 알게 되었다. 그리고 말로만 듣던 탈레반의 실상과 근대 제국주의 (구)소련과 미국의 힘이 지구촌 다른 나라들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종교적 갈등, 인종적 차별 등 정말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쓸데없는 것들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집착하며 시간 낭비를 하고 있는지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인간은 누구나 평등하다'는 말을 거론할 필요조차 없는 지금도 이런 무모한 일들이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