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웃음'
♣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장편소설 『웃음』
★ 책에 관하여
원제 : Le Rire de Cyclope(씨클롭의 웃음)
작가 : 베르나르 베르베르(Bernard WERBER)(이세욱 역)
장르 : 장편소설(추리)
출판사 : 알뱅 미셀 & 베르나르 베르베르 사(2011, 열린 책들)
출판 연도 : 2010, 파리
★ 인물에 관하여
1. 뤼크레스 넴로드 : 주간지 「르 게퇴르 모데른」의 사회부 기자. <상근 객원 기자>로 과학 분야 전문 담당. 부장 크리스티안 테나르디에와의 '기 싸움'을 통해 다리우스의 죽음에 대한 취재를 허락받음. 이후 대선배 이지도르와 함께 취재 중에 벌어지는 갖가지 모험과 서스펜스의 용감한(?) 여기사로 활약하며, 그를 사랑하게 됨. 이지도르에 의하면 <급성 유기 공포증> 환자 :
p.24 : - 28세의 여기자. 비정규직에 속해 있지만, 현장 취재 경력은 6년. 1백여 편의 르포 기사 씀. 머리털은 갈색, 원래 빨강 머리. 광대뼈 주위에 주근깨가 깨알같이 나 있다. 눈은 아몬드처럼 생겼고 눈동자는 에메랄드 빛깔. 작고 뾰족한 코는 뾰족 뒤쥐의 주둥이를 연상시킨다. 목은 가늘고 근육이 잘 발달된 몸에서는 활기가 느껴진다. 둥근 어깨가 드러나는 검은색 치파오 상의를 입고 있어서 더욱 활기차 보인다. 이 중국옷에는 붉은 무늬가 들어가 있는데, 칼에 찔린 용을 수놓은 것이다.
2. 이지도르 카첸버그 : 「르 게퇴르 모데른」의 은퇴한 과학분야 전문기자. 한때 천재 소리를 들었던 명기자에서 은둔자로 변하여 '워터 타워'라는 독특한 주택에 기거함. 뤼크레스의 취재 협조에 처음에는 불응하다 합류하게 됨. 유머 관련 소설을 쓰고 싶어함. 자칭 <급성 인간 혐오증> 환자 :
p.56 : - 꽃무늬 하와이언 셔츠에 보라색 줄무늬가 들어간 노란 반바지를 입은 차림이었다. 콧등에는 파리 눈 선글라스를 걸치고 발에는 브라질 샌들을 신고 있었다.
p.56-57 : - 이 건물에 들어가자면 중앙 계단을 이용해야 한다. 계단을 올라가면 직경 2미터의 둥그런 공간에 다다른다. 한복판에 종려나무 두 그루가 서 있고 하얀 모래가 깔려 있는 이 공간은 일종의 작은 섬이다. 그 주위에는 직경 50미터에 깊이가 5미터에 달하는 원형 풀이 있다.
풀에는 목재와 덩굴 식물의 줄기로 만든 부교가 떠 있다. 이 다리를 건너면 둑에 다다르는데, 여기에는 몇 가지 가구들이 설치되어 있어서 여느 주택과 조금 비슷한 느낌을 준다. 닫집이 달린 나무 침대는 침실 역할을 하고, 컴퓨터들이 들어찬 책상은 서재 구실을 한다. 취사도구가 모여 있는 구석 자리는 주방에 해당하고, 배수구가 있는 구석자리는 샤워실에 해당한다. 그런가 하면, 나지막한 탁자며 평면 TV와 세트를 이루고 있는 널따란 소파는 거실 역할을 한다.
터키석 빛깔의 물이 둑의 가장자리에 닿아 찰랑거린다.
지붕은 투명하다, 그래서 이 원형 주택의 모든 지점에서 해와 달과 별을 볼 수 있다.
인도양 한복판의 어딘가가 아니라 도시 한복판에 있는 작은 섬이다.
3. 크리스티안 테나르디에 : 「르 게퇴르 모데른」의 사회부장. 시거를 피우며 잡지사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52세의 중년 여자. 뤼크레스의 취재 선언에 '그녀를 자를 목적으로' 허락함. 소설의 처음과 중간, 끝 부분에서 잠시 등장하는데, 막판에 천신만고 끝에 마무리한 뤼크로스의 취재 결과를 '자기 것'으로 바꾸어 발표함 :
p.23 : - 샤넬 정장에 샤넬 블라우스, 샤넬 손목시계, 샤넬 향수. 머리는 적갈색으로 염색을 했고, 원래 검은색인 눈에는 하늘색 렌즈를 꼈다. 나이는 52세이고 편집 경력은 23년. 중론에 따르자면, 그녀가 부장 자리에 오른 것은 막후 교섭의 재능 덕분이었다. 사실은 기사 한 편을 제대로 쓴 적도 없고 현장에 나가 취재를 한 적도 없으면서 승진을 거듭해 왔다. 어떤 사람들은 그녀가 위층의 중역들과 잤다고 수군대지만, 그녀의 외모로 보건대 그랬을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4. 다리우스 미로슬라프 워즈니악 : <다리우스 대왕>, <키클롭스>라 불리던 유명 코미디언. 공연 후 분장실에서 의문사 함. 이후 사인을 규명하고자 하는 잡지사 기자의 취재 과정에서 그의 가족들과 함께 그의 삶에 관한 사실들이 드러남. 사실상 소설 줄거리의 주된 인물이지만 크리스티안 테나르디에와 마찬가지로 소설의 첫부분에 잠시 등장함.
p.13 : - 키가 자그마하다. 눈빛은 하늘색인데 한쪽 눈을 해적처럼 검은 안대로 가리고 있고, 머리는 곱슬곱슬한 금발이다. 분홍 턱시도에 같은 색깔의 나비 텍타이를 매고 레이스 가슴 장식이 달린 흰 셔츠를 받쳐 입은 차림이다.
- 코미디언은 검은 안대를 벗었다. 빈 눈구멍에 박힌 작은 플라스틱 하트가 전등 불빛을 받아 반짝였다.
★ 이해를 돕기 위하여
영국이나 미국 등 영어권 소설들과는 달리 프랑스 작가들의 글은 대부분 이해하기가 어렵다는 소리를 듣는다. 물론 대부분의 독자들은 자기 나라 언어로 번역된 번역본을 읽게 마련인데, 번역이 어려운 표현이나 프랑스어에 관한 다소의 지식을 필요로 하는 내용들 때문에 그렇게 생각될 것이다. 더구나 프랑스 작가 특유의 말솜씨와 글솜씨, 폭넓은 식견과 방대한 지식량 등에다 사람의 심중 깊숙히 파고드는 예리한 관찰력 등이 한몫 더하여 읽는 이로 하여금 최대한의 인내심을 발휘하도록 만들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이 소설도 이미 잘 알려진 작가의 놀라운 지식과 독서력을 엿볼 수 있는 수작이다. 또한 독자의 상상을 초월하는 상상력, 소설의 제재인 유머러스한 표현까지 음미할 수 있다. 즉 기존의 유머에 작가의 유머까지 합세한 셈이다. 그러니 재미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여기에 한 술 더 뜨면, 사건을 취재하는 두 기자의 행동은 마치 '명탐정'의 눈부신 활약을 보는 듯 하다. 탐정+슈퍼맨(우먼)+첩보요원의 3박자를 두루 갖춘 만능재주꾼들이다.
이야기는 화려한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유명 코미디언이 분장실에서 돌연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그의 사인을 두고 '살인'으로 추정한 한 잡지사의 여기자가 범인을 찾아내고 살해 이유를 밝히는 동시에 사망한 코미디언의 일생을 취재하여 특종 기사를 작성하겠다는 야심찬 계획과 실행 과정을 그리고 있다. 분장실에 떨어져 있는 '파란색 목갑'을 유일한 단서로 설정하고 취재로 시작한 일은 탐정, 수사의 성격을 띤 각종 다양한 사건과 모험으로 이어지면서, 동시에 <유머>와 관련하여 세계사와 문학사를 유머러스하고 그럴듯하게 재조명해 볼 수 있는 다양한 유머들을 소개하고 있다. 결국 한 코미디언의 의문사를 두고 사인을 규명하고자 하는 취재활동으로 출발하여 현대의 방대한 유머 산업의 근원을 알게 되고 <유머>에 얽힌 비화와 역사를 발견하게 된다.
플롯은 단순하여 그냥 읽어 나가면 된다. 어떤 시점에서 소설 줄거리와 유머의 역사를 서로 연관시키게 되는데, 소설 속에서 이지도르가 이 이야기를 소설화하고자 하는 방식, 말하자면 '소설 속의 소설 쓰기'와 같은 형식을 취하고 있다.
TIP 외국어 관련 표현
cyclope : 영어 표현 cyclops(키클롭스). 외눈박이 기형인 사람
stand up comedy : 코미디언이 관객들 앞에서 직접 그들에게 말하면서 하는 코미디 행위
★ 줄거리
프랑스 파리의 「올랭피아(올림피아)」뮤직 홀. 막 공연(4년 만의 컴백공연)을 끝낸 코미디언 다리우스가 분장실에서 사망한다. 나이 42세, 프랑스 국민이 가장 사랑하고 「키클롭스 프로덕션」의 대표로서 막강한 권력과 부를 지닌 그가 공연 후 혼자 있겠다며 분장실에 들어가 잠시 후 큰 웃음 소리와 함께 '쿵' 하고 쓰러지는 소리가 났다는 게 사망과 관련된 정보의 전부다. 다음 날 공식 보도된 사인은 심장마비이고 곧 이어 추모공연이 열릴 예정이며 영결식은 몽마르트르 묘지에서 가족장으로 치러진다.
주간지 「르 게퇴르 모데른」의 사회부 회의 시간. 부장 크리스틴 테나르디에를 중심으로 빙 둘러앉은 기자들. 다음 호에 실을 <다리우스 특집 기사>의 주제를 두고 의견이 오가는 중, 마지막으로 비정규직 기자인 뤼크레스 넴로드의 '타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면서 특종에 혈안이 된 부장의 취재 허락이 떨어진다. 단 명백한 증거가 될 만한 물증들을 확보해야 한다는 조건이 달려있다. 그렇지 않으면 기자직을 내놓아야 한다.
개인적으로 다리우스의 팬(힘들었을때 그의 유머로 위로를 받음)으로서 그의 죽음에 대한 의문을 푸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하고 동시에 거드름을 피우고 부하 직원들을 노골적으로 모욕하는 꼴불견 상사에 대한 과감한 도전의 기회라고 생각하는 뤼크레스는, 찌질한 남자 친구와의 관계를 정리하면서 단단한 각오로 수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는 취재 현장으로 성큼 들어선다.
P.52 : 「남을 웃기는 것은 관대하고 이타적인 행위예요. 어쨌거나 저는 젊은 시절의 어느 날, 어느 중요한 날에 그 선물을 받았고, 덕분에 큰 힘을 얻었어요. 그날을 생각해서 다리우스의 죽음에 빛을 비추고 싶어요. 그가 내 삶에 빛을 비춰 주었던 것처럼 말이에요.」(여자 친구와의 끔찍한 불화로 자살을 기도했던 과거가 있는 뤼크레스. 다리우스의 스탠드업 코미디 <에스키모인과 물고기>를 듣고 죽음 직전에 목숨을 구한다. 이후 다리우스는 그녀의 정신적인 가족이 되었다)
1단계 : 다리우스가 사망한 「올랭피아」분장실. 사건 당일 분장실 앞 통로를 지키고 있던 소방안전 요원을 매수하여 분장실에 잠입, 뚜껑에 금색 잉크로 <BQT> <절대로 읽지 마십시오>라고 적혀 있고 내부에 작은 종이를 말아 넣은 홈이 있는 파란색 목갑과 바닥에 떨어져 있는 감광지 한 장을 발견, 입수한다. 이어서 감시카메라 통제실에 들어가 당일 비디오 파일 하나를 레이저 디스크에 복사하여 소지한다.
2단계 : 복사한 레이저 디스크를 재생시켜 분장실 앞에 모인 다리우스의 팬들을 살핀다. 그 중 다리우스에게 작은 물건을 건네며 그와 이야기 하는 사람이 포착된다. 코에 큼지막한 빨간 공을 붙이고 머리에 둥근 모자를 눌러 쓴 그 인물의 입가에는 웃는 표정 대신 슬픈 표정이 그려져 있고 오른쪽 뺨에는 눈물 자국이 찍혀 있다.
3단계 : 혼자서는 벅찬 일임을 깨닫고 취재의 동반자를 구한다 : 이지도르 카첸버그, 은퇴한 노련한 과학전문기자. 동행 취재를 사양하면서도 관심을 보이는 그에게 끈질기게 매달려 나중에 동의를 얻어낸다. 그의 예리한 직감은 '이건 단순한 살인 사건이 아니고, 유머의 기원과 관련된 일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4단계 : 파리 법의학 연구소. 법의관 파트리크 보웬 박사를 만나 보았지만 별다른 단서는 얻지 못한다. 심장 발작의 병력을 알아보기 위해 다리우스의 저택을 방문, 가족을 만난다. 다리우스의 어머니 안나 막달레나 워즈니악, '밤손님'을 접대하며 세 아들을 키웠다고 자랑스레 수다를 떠는 그녀에게서 심장마비의 근거가 전혀 없으며, 형(타데우스)과 아우(파벨)가 있고, 밤손님 중의 한 사람(모모)이 다리우스에게 유머를 가르친 최초의 스승인데 사고로 죽고 다리우스는 한쪽 눈을 잃었다는 정보를 얻는다. 아울러 모모 사후 다리우스는 직접 모모의 공연 제작자 스테판 크로츠를 찾아가 그의 밑에서 스타의 길을 걷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5단계 : 「스테판 크로츠 프로덕션 」. 타데우스에 의하면 초기 앨범들에 대한 저작권 회수를 놓고 다리우스와 소송중인 스테판 크로츠는 유력한 혐의자이다. 하지만 추모공연 기획자이면서 다리우스의 스승이기도 한 그는 오히려 타데우스에게 화살을 돌리면서 또 다른 혐의 가능성을 가진 사람을 넌지시 암시한다.
6단계 : <슬픈 표정의 어릿광대>에 대한 집착을 간직한 채 미행당하는 줄도 모르고 앞만 보고 달리는 뤼크레스. 이번에는 스테판 크로츠가 암시한 혐의자 펠릭스 샤탐을 만난다. 다리우스와 선의의 경쟁자이며 이제 일인자가 된 코미디언이다. 그 또한 다리우스의 은혜를 입어 성공했으며 그날 객석에 있었다며 또 다른 한 사람을 넌지시 지목하는데... 그 사람은 다리우스 때문에 <직업적으로 죽어 버린 사람>이라고 했다.
7단계 : 개그맨 세바스티앵 돌랭. 일명 세브. 천부적 재능을 지닌 17년 경력의 베테랑이지만 소위 <상식을 위반하는 개그>를 못하는 범생이 코미디언이다. 한때 전성기에 다리우스에게 자신의 스탠드업 코미디 세 편을 눈 앞에서 도용당하고 소송했지만 어이없게도 오히려 엄청나게 패소하고 전락하고 만다. 다리우스의 횡포가 드러나는 시점.
p. 165 : 「다리우스는 도둑놈이었어요. 남들이 애써 창작한 개그들을 훔쳤고 무명씨들이 지어낸 우스갯소리들을 일말의 거리낌도 없이 자기 것으로 만들었어요.」
8단계 : 세바스티앵 돌랭에 의하면 다리우스가 자신의 횡포를 은폐하기 위한 수단으로 만든 <재능있는 신인 개그맨들의 등용문>인 다리우스 극장. 무대 위에 링을 설치하고 개그 선수들을 양 팀으로 나누어 <즉흥 개그 베틀>을 벌여 우승자를 <다리우스 쇼>에 출연시키는 곳이다. 이지도르의 직감이 이 곳을 겨냥한다. 인터넷으로 극장 사진을 검색하다가 발견한 사실 : <매주 월요일 휴관>인 극장의 월요일 밤에 찍힌 사진에는 모든 창문에 불이 밝혀져 있다는 것.
9단계 : 고아원에서 자라 성인이 되면서 <악의 구렁텅이>에서 가까스로 탈출하여 소매치기, 날치기, 금고 전문털이 등을 전전하다 우연히 한때 「르 게퇴르 모데른」의 전쟁 전문 대기자였다가 크리스티안 테나르디에게게 자리를 뺏기고 사직한 뒤 일간지 「라 파롤 뒤 노르」의 편집국장이 된 장 프랑시스 엘드를 만나 수습기자가 되면서 오늘에 이른 뤼크레스. 그간 단련된 체력과 기술을 바탕으로 다리우스 극장에 침입하여, 이곳에서 매주 월요일 밤, 백만 유로의 상금을 건 <유머> 살인 게임 프로브 토너먼트가 열리고 있음을 목격한다. 세바스티앵 돌랭이 이 게임에 참가하여 희생자가 되는데, 링 위에 오르기 직전 그가 남긴 다리우스 살인자의 이름은 트리스탕 마냐르, 그리고 비밀 결사 <GLH>.
p.210 : 「드디어 우리 모두가 기다리던 순간이 왔습니다. 닭싸움이나 권투보다 재미있고, 카지노나 경마나 포커보다 흥미진진한 <그것>, 게임 중의 게임, 완벽한 공연, 더없이 신선하고 짜릿한 감동을 자아내는 기계 장치, 이름하여 프로브(PRAUB) 토너먼트, 문자 그대로 <먼저 웃으면 총 맞기 Premier qui Rira Aura Une Balle>, 이제 시작하겠습니다!」
10단계 : 다리우스 극장 측의 추격을 아슬아슬하게 따돌리고 이지도르와 함께 피신한 뤼크레스. 경찰의 도움을 받고자 한다. 하지만 질 말랑송 경장은 귀찮다는 듯 신고 내용을 건성 처리하며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한다. 하는 수 없이 두 사람은 직접 수사관이 되어 발로 뛸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된다. 이지도르의 워터 타워는 모두 물에 잠겼고 뤼크레스의 아파트는 불에 타 버렸다. 그리하여 피신처로 삼은 <미래호텔>. 사사건건 생각이 다른 두 사람. 두 사람은 이제 어쩔 수 없이 한 배를 탄 조난자 신세가 되어 생사고락을 같이 할 수 밖에 없다. 어떤 일을 결정해야 할 때마다 벌이는 그들의 <삼삼놀이> 게임이 그들을 <우리>로 묶어주는 유일한 수단이다.
11단계 : 이지도르가 아이폰의 가상 자판기를 두드려 찾아낸 트리스탕 마냐르에 관한 기사. 그에 따르면 트리스탕 마냐르는 '섬세하고 미묘하며 자신을 조롱하거나 삶의 부조리와 모순을 드러내거나 언어의 묘미를 보여주는 유머의 달인'이다. 즉 그의 유머는 음담패설이나 인종주의적인 독설처럼 인간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유머가 아니라 인간의 정신을 일깨우는 <고품격> 유머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현재 아내와 두 아이를 남겨 두고 종적을 감춘 상태. 여기서 일단 두 사람은 각자 다른 길 - 뤼크레스는 트리스탕을 찾고 이지도르는 유머의 기원, 웃음이라고 하는 현상의 기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 을 가기로 한다.
뤼크레스 : 트리스탕 마냐르의 집. 남편의 실종에 대해 전혀 아는 바 없는 카린 마냐르는 뤼크레스의 연상퀴즈를 통해 지미 페트로시안 역시 남편 실종 일주일 후 종적을 감춘 사실을 상기한다. 지미 페트로시안의 부인 프랑수아즈에 따르면 남편이 '트리스탕은 유머의 기원에 집착했고 자기도 언젠가는 거기 유머의 산실로 가겠다'고 했다는 말을 듣고 그들이 잘 가던 카페<벗들이 만나는 곳>을 찾아간다. 이어 <유머닷컴>이라는 웹사이트 운영 회사를 찾아가서 트리스탕이 알고자 했던 문제의 우스갯소리를 보내는 곳은 브르타뉴의 카르나크, 보내는 사람은 기슬랭 르페브르라는 정보를 얻는다.
이지도르 : 파리 자연사 박물관에서 앙리 뢰벤브뤼크 교수를 만난 이지도르. 그의 동료인 폴 맥도널드의 연구에 의하면 유머의 역사는 약 4천 년 전, 수메르에서 시작되었고 고대 그리스에도 <필로겔로스>라는 소담집들이 있었다. 그의 권유에 따라 웃음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들의 도움을 받기로 하고 찾아간 곳은 파리 15구에 있는 조르주 퐁피두 병원. 웃음으로 우울증을 치료한다는 카트린 스칼레즈 박사. 유료 피실험자를 대상으로 실험을 하는 그에 따르면 '웃음은 대뇌에서 벌어지는 하나의 현상인데, 뇌에서 하나의 오류가 발생하는 것으로 이 오류가 가상의 불안이라는 또 다른 오류를 보상하는 것 '에 지나지 않는다.
12단계 : 브르타뉴의 카르나크. 셍미셀 성당의 신부와 그 곳 초등학교 교사인 기슬랭 르페브르의 도움으로 트리스탕 마냐르를 마지막 본 장소와 <유머를 얻는 장소>를 확인한다 : 바윗돌 세 개가 탁자를 이루듯이 놓여 있는 고인돌 아래 움푹 파인 구멍 속 녹슨 양철통에 토요일 아침마다 비닐봉지에 우스갯 소리가 적힌 종이가 담겨 있었다. 할아버지 때부터 성당관리인은 이것을 꺼내어 신부에게 갖다 주었다고 한다. 트리스탕은 이곳에서 망을 보다 돌연 사라졌는데, 이후 파리에서 사람들이 트리스탕을 찾으러 왔다가 카르나크 해변에서 배를 탔으며 그 뒤로 양철통은 비어있다는 것이다.
13단계 : 이지도르의 직감 발동. 느닷없이 요트를 타고 항해에 나선 두 사람. 트리스탕 마냐르가 갔을 거라 추정되는 미지의 섬을 찾아 떠난다. 암초에 좌초한 요트 덕분에 상륙한 섬에서 발견한 등대의 지하에 위치한 커다란 회당에서 다리우스 극장의 프로브 무대, 싸움의 흔적 - <GLH>가 새겨진 망토를 입은 여러 구의 시체들 - 을 넘어 비밀의 문 저쪽에서 죽어가고 있는 트리스탕 마냐르를 발견한다. 그가 가까스로 이지도르에게 귓속말을 하는데... 이름하여 유머 기사단과 다리우스 쪽 사람들이 대결을 벌인 것이다.
14단계 : 셍미셀 성당 지하 고분. 신부의 안내로 고분을 살핀다. 첫 번째 부조 - <솔로몬> 왕과 <니심 벤 야후다>, 히브리어 세 글자. 두 번째 부조 - 뚜껑에 그리스어 세 글자가 적혀 있는 궤를 열자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웃으면서 죽어가는 장면. 세 번 째 부조 - 범선을 타고 항구에 도착한 남자가 어느 성당 지하 동굴에 궤를 감추는장면. 궤의 뚜껑에는 라틴어로 <히크 눈쿠암 레겐둠 에스트>라 적혀 있다. 네 번째 부조 - 궤 근처에는 웃음을 머금은 채 눈을 감고 있는 사람들이 쓰러져 있다. 다섯 번째 부조 - 예루살렘으로 가고 있는 기사 <다고넷>. 여섯 번째 부조 - 어릿광대로 분장한 남자가 궤의 뚜껑을 열자 훈족의 왕이 바닥에 쓰러진다. 궤의 뚜껑에는 <BQT>와 함께 <히크 눈쿠암 레겐둠 에스트>라는 문장이 적혀 있다.
p.421 : - BQT는 바로 ...벨 크제부트Bel QzebuTh, 그러니까 사탄의 이름 베엘제불을 조금 다르게 표기한 것이에요. 이 부조의 장면들을 보세요. GLH 사람들은 이 궤를 숭배하고 있어요.
15단계 : 다시 다리우스 극장. 두 사람은 특공 작전을 벌인다. 숨막히는 프로브 대결을 지켜보던 뤼크레스는 <크림슨 테러>라는 별명을 지닌 코미디언이 총알을 맞기 직전 무대 위로 내려가 총구를 천정 쪽으로 돌려 스포트라이트를 박살낸다. 그녀는 다름 아닌 뤼크레스의 애증의 여자 친구 마리앙주. 팔에 새긴 문신을 보고 그녀를 알아차린 것이다. 공연을 망친 대가는 두 사람이 프로브 대결을 벌이는 것. 두 사람은 지난 시절을 떠올리며 서로의 감정 수치를 높이려 안간힘을 쓰는데...뤼크레스의 위기의 순간, 구원의 왕자가 그녀를 구한다. 극장 안에 불을 질러 화재경보기를 발동시키고 스프링클러를 작동시킨 이지도르가 그녀를 빼낸다. 그야말로 영화의 한 장면을 연출한다. 이지도르가 찾아낸 <BQT>의 이니셜에 대한 몇 가지 암시 중 가장 유력한 것은 <살인소담, Blague Qui Tue(사람을 죽이는 우스갯 소리)>.
16단계 : 다리우스의 저택. <컴퓨터 SOS>라는 전산장비 회사의 직원으로 변장하고 두 사람은 저택의 전산실로 잠입한다. 이곳은 개그와 스탠드업 코미디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공장이다. 이어서 응접실, 벽에 걸린 액자 뒤에 내장되어 있는 금고 속에 든 철제 <BQT>를 발견, 손에 넣고 나오려다 타데우스에게 들킨다. 위기의 순간에 타데우스가 자기 어머니와 옥신각신하는 틈을 타서 도망친다. 일단 <BQT>는 손에 넣었다. 이지도르가 철제 상자 속에서 <BQT>의 역사가 적혀있는 문서를 꺼내 읽는다. 알고 보니 앙리 뢰벤브뤼크가 쓴 보고서 문서이다 :
<BQT>는 3천년 전, 솔로몬 왕의 고문관 니심 벤 예후다가 창안→벤야민 지파의 임마누엘→그리스 희극 작가 에피카르모스→아리스토파네스, 메난드로스, 플라우투스, 테렌티우스 아페르→갈리아의 루키아노스→13세기 성전 기사단의 십자군, 문서의 사본을 세 부분으로 나누어 각각 다른 목갑에 넣음→성전 기사 스코들랜드로 망명, 비밀 결사 창설→에스파냐 지부 창설→15세기 아메리카 신대륙 지부, 곧 사라짐→스코틀랜드 총본부 계속 발전, 로마와 영국간의 전쟁, 극작가들에 영향력 미침.
유머 기사단의 그랜드 마스터 ; 세익스피어, 벤 존슨, 에라스무스, 라블레, 라퐁텐, 르사주, 피에르 코르네유, 보마르셰
17단계 : 다리우스 극장. <키클롭스> 추모 공연. 퀘벡에서 공연을 하러 온 분홍 정장의 어릿광대 한 쌍을 권총으로 위협하고 옷을 뺏아 입은 뒤 삼엄한 경비를 뚫고 침입에 성공했으나 곧 그들을 대신하여 공연을 해야하는 신세가 된다. 어쩔줄 모르는 가운데 침묵으로 일관하다 이것이 코미디로 먹혀 간신히 위기를 벗어난다. 그러나 타데우스의 분장실에서 다시 한번 다리우스의 죽음이 재현됨을 목격하는데, 현장에서 도망치는 사람을 추격하다 놓친다.
18단계 : 크리스티안 테나르디에의 독촉으로 일단 기사를 작성해야 하는 뤼크레스. 가닥을 잡아서 한쪽은 다리우스 워즈니악의 분홍정장들, <어둠의 길>, 반대쪽은 트리스탕 마냐르가 합류했던 유머 기사단, <빛의 길>이라 명명하고 여기에 제 3세력, 슬픈 어릿광대의 <파란 길>을 추가해 보기로 한다. 또한 그녀 앞으로 배달된 소포-포장지에 <당신들 모두가 알고 싶어하는 것이 바로 여기에 있소>라고 적혀 있고 뚜껑에 <BQT>, <절대로 읽지 마십시오>라는 말이 적힌 파란 목갑-를 호텔 객실 금고안에 보관한다. 동료 기자의 정보를 받고 스테판 크로츠가 목갑을 찾으러 오는데, 그 역시 유머 기사단 소속인 걸 알는 두 사람은 목갑을 내어주는 대신 그들의 <클럽> 새 본부로 안내한다는 거래를 한다.
19단계 : 창문이 없는 작은 유개 트럭의 짐칸에서 예닐곱 시간을 견디고 내려서 두 눈을 가린 채 스테판 크로츠가 안내한 곳, 유머 기사단의 본부. 입문 과정이 9개월인 이 곳의 그랜드 미스트리스와 <BQT>를 놓고 협상한 결과 9일로 단축된 훈련 기간 동안 어쩔 수 없이 유머 교육을 받는데, 점차 유머의 매력에 빠져 든다. 스테판 크로츠의 지시와 안내로 <유머의 역사>에서 유머 창작까지의 희극 배우 수습 기간 동안 많은 것을 배운다 :
보마르셰에 이어 조르주 페도, 찰리 채플린, 그루초 막스, 사샤 기트리, 피에르 다크 등이 이 클럽의 역대 그랜드 마스터였다.
다리우스 살해 증거를 찾기 위해 애써 보지만 허사로 돌아가고 수련 마지막 날, 규칙에 따라 두 사람은 프로브 경기를 한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 승부란 없다. 단원들의 재촉과 성화 속에서도 서로에 대한 사랑으로 팽팽한 두 사람은 계속 공을 주고 받듯이 유머를 주고 받을 뿐이다. 한 시간 이상 승부가 나지 않자 그랜드 미스트리스의 결단으로 경기는 중단되고 이제 더 이상 살상 유머 게임은 존재하지 않음을 선언한다. 좌중의 반론도 만만치 않았지만 목표는 <BQT>를 손에 넣는 것인 만큼 목표를 달성했으니 결국 아무도 그랜드 미스트리스, 베아트리스에게 반기를 들지 못한다. 목갑이 든 철제 트렁크를 손에 넣은 베아트리스, 그녀도 <나쁜 유머>의 피해자다. 그녀의 아버지는 코미디언이었는데 다른 코미디언들의 장난에 희생된 아픈 과거를 지니고 <나쁜 유머>와 맞서 싸우기 위해 이 클럽에 입단한 것이다. 스테판 크로츠의 제안으로 어둠의 유머에 맞설 <챔피언>을 길러 내는데, 다름 아닌 다리우스 워즈니악이다 :
p. 285 : 아버지는 어느 극장에서 공연을 하고 있었어요. 좌석이 3백 석쯤 되는 큰 극장이었죠. 아버지는 공연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첫 스탠드업 코미디를 하는 동안 아무도 웃지 않았어요. 아버지는 당황하지 않고 공연을 계속했죠. 하지만 두번 째 스탠드업 코미디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어요. 결국 공연이 다 끝나도록 3 백명의 관객들 가운데 단 한 사람도 웃지 않았죠.(중략) 알고 보니 그들은 어느 텔레비전 방송 제작자가 일부러 돈을 주고 데려온 단역 배우들이었어요. 절대로 웃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돈을 받은 사람들이었던 거죠. 이것은 텔레비전 코미디 프로그램 진행자의 아이디어였어요. 자기 딴에는 크게 한 건을 올리겠다고...(중략) 아버지는 함정에 빠져 웃음거리가 된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척 했어요. 하지만 그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결국 자살하셨죠. 살임소담이 아니라, 밧줄과 매듭과 의자를 이용해서.
성공한 다리우스는 클럽의 그랜드 마스터를 요구했고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결별을 선언하고 독립하였는데, <살인소담>을 손에 넣기 위해 등대를 공격하고 단원들은 등대를 탈출하여 카르나크의 생미셸 성당아래 고분으로 피신했다가 다시 이곳 몽생미셸에 정착했던 것. 뤼크레스를 계속 미행했던 사람도 다름 아닌 스테판 크로츠였다.
20단계 : 뜻밖에 파벨 워즈니악의 침입. 나름 <살인소담>을 손에 넣으려고 충성을 다했건만 가족들, 특히 다리우스의 인정을 받지 못한 억울한 동생, 뤼크레스의 어항 속에 장치한 도청장치를 이용해 그녀를 추적한 것이다. 하지만 이들 또한 목갑 속에 든 종이에 적힌 문장을 읽고 폭소를 터뜨리는 동안 베아트리스가 쏜 권총에 맞아 죽는다. 하지만 그 문장은 '사건에서 손을 떼라'는 경고일 뿐이다.
21단계 :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두 사람. 슬픈 표정의 어릿광대가 파벨 일당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두고 지난 일들을 두루 회상하며 추측한 결과 그는 '여자'이고 분홍색 정장을 한 '코미디언'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세계의 구멍>이라는 이름의 극장. 마리아주 자코메티의 공연에 참석한 뤼크레스는 즉흥적으로 무대를 장악, 마리앙주와 한판 대결을 벌이고자 하는데, 낌새를 알아챈 마리앙주는 달아나고 뤼크레스는 그 뒤를 추격한다.
22단계 : 마리앙주의 고백 : 다리우스의 사디스트 애인으로 발탁되어 코미디언으로 성장했으며, <살인소담>투쟁-등대 섬, 카르나크-에 그들 형제와 함께 했고, 파벨의 손에서 그것을 가로채어 자신의 연인인 펠릭스 샤탐에게 넘겼다는 것.
23단계 : 펠릭스 샤탐의 저택. <살인소담>을 입수하여 다리우스 극장의 거대한 조각상 머리 속에 있는 금고에 보관했는데 누군가가 훔쳐갔다는 것. 몽마르트르 묘지를 걷다 이지도르의 직감이 발동한다. 다리우스 가족 중 유일한 생존자, 다리우스의 어머니인 안나 막달레나가 다음 표적인 것을 직감하고 그녀로 분장한 뤼크레스, 과연 목갑을 들고 찾아 온 슬픈 표정의 어릿광대, 하지만 잡기 직전에 놓친다. 하지만 도망가는 그를 문 앞에서 마주쳐 꽉 껴안은 이지도르의 느낌- 작지만 탱탱한 여자의 젖가슴-으로 여자 어릿광대의 추측은 사실로 드러난다. 이지도르는 그녀의 향수냄새로 그녀가 누구인지를 기억해 낸다.
24단계 : 카트린 스칼레즈 박사의 실험 연구실. 한 때 프로브 경기에 <은빛 족제비 카티>로 참여하여 한 사람을 죽였던 코미디언이다. 어릴 때 갈 곳없는 다리우스를 거둔 그녀의 아버지는 다름아닌 코미디언 모모. 그로부터 희극 배우 수업을 함께 받으며 <GLH>와 <BQT>에 대해 알게 되었으며, <살인소담>에 집착한 다리우스가 비밀을 알려 달라며 아버지를 협박하다 결국 죽게 만들고 자신도 눈을 다쳤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사전 모의에 의한 고의적인 살인> 혐의로 기소된 다리우스, 하지만 결국 영악한 그의 익살극에 법정은 공연장으로 바뀌고 그녀는 패소하게 된다. 3년 간의 요양 치료 중 의사의 권고로 <웃음의 메커니즘>을 연구하여 박사 학위를 받게 되는데, 그녀 역시 스테판 크로츠의 안내로 유머기사단에 입단, 생미셸 예배당 고분에서 파벨이 입수한 목갑을 마리앙주가 손에 넣어 펠릭스 샤탐에게 준 것을 모두 목격한 그녀. 결국 펠릭스 샤탐이 다리우스 극장 조각상의 머리 속 금고에 넣어 둔 목갑을 훔쳐 내어 읽어 보았지만, 그건 그냥 소문이고 낭설일 뿐이라는 얘기. 그래서 자신이 직접 발명한 진짜 살인소담-<웃음 가스, 아황산 질소>가 들어 있는 목갑을 열고 두 사람을 죽이려 하다 미수에 그친다. 베아트리스의 지시로 몽셍미셸에서부터 미행을 해 온 자크 뤼스티스의 구원을 받은 것이다.
이지도르는 소설 창작에 몰두하고, 뤼크레스는 기사를 작성하여 크리스틴 테나르디에의 이름으로 발표한다 : <위대한 비밀>, <단독 취재 : 키클롭스의 죽음에 관한 진실>. <충격 보도 : 다리우스 워즈니악의 죽음 크리스티안 테나르디에 독점 취재, 플로랑 펠레그리니 현장 지원> <자료 조사 : 뤼크레스 넴로드>. 또한 취재 도중 드러난 사실 중, 다리우스의 명예 훼손 우려가 있는 내용은 모두 삭제.
독서 포인트
줄거리를 요약해 보면, 국민 코미디언 다리우스는 세상에 버려질 뻔 했던 자신을 양아들처럼 부양하고 코미디언으로서의 자질을 성장시킨 모모를 살해하고, 그로부터 알게 된 <살인소담>을 소유하기 위해 <유머기사단>과 투쟁을 벌이다 결국 그 <살인소담>으로 인해 죽게 된다. 그의 가족들 역시 그가 세운 코미디 왕국에서 갈등을 겪으며 함께 군림하다 연이은 희생자가 되면서 몰락하는데, <살인소담>의 정체는 허구로 판명되고 그 배후에 진짜 <살인소담>을 제작한 모모의 딸, 카트린 스칼레즈의 복수가 있다. 겉으로는 한 코미디언의 의문사를 취재하는 형식이지만, 코미디의 본질, 유머의 역사, 코미디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력 등을 심도있게 파헤치면서 결국 '웃음'의 기능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작가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원제는 '키클롭스의 웃음'이다. 이것은 일차적으로 다리우스가 죽기 직전에 터뜨린 웃음인 동시에 그가 죽기 전까지 전 세계에 전파한 웃음이며, 또한 모든 인간들이 매순간 터뜨리는 웃음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글의 소재인 동시에 내면 깊숙이 숨어있는 주제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웃음'이란 인간에게 유익한 것으로 인식되어 온 바, 그 역기능을 상상하기란 어렵다. '울음'이 인간의 비극적인 삶의 표현이라면 '웃음'은 곧 행복한 삶, 온갖 고난을 치유해 주는 치료제로 알려져 있으니 말이다. 그러한 웃음이 '사람을 죽일 수 있다'고 하는 가정에서 출발하여 인위적으로 웃음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의학적 가능성까지 시사하면서, 작가는 기원전 인류의 역사 이래로 인간의 역사 그 자체를 좌지우지해 온 온갖 종류의 <유머>를 소개하는 역량까지 보여준다. 그야말로 '공부가 되는 독서'를 고집하는 나의 취향에 부합되는 책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포인트 : 이 책 속에서 유머를 전도하는 거의 모든 코미디언의 과거를 들여다 보라. 평범하게 안정된 생활을 누리며 행복했던 사람이 있는가? 누군가가 "희극은 최대의 비극이다"라고 말했던 것을 상기하면 '웃음은 눈물의 극한이다'라는 명제도 성립할 것이다. 그래서 <너무 웃으면 결국 눈물을 쏟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기 위한 몇 가지 포인트를 짚어 본다.
1. 현대사회에서 급격하게 성장한 코미디 산업의 실과 허
2. 웃음 그 자체의 생리학적 본질과 인위적 유발 요인
3. <유머>의 기원과 역사 : 문학, 정치, 경제, 사회학적 고찰
4. 언론의 진실성과 도덕성
5. 스탠드업 코미디에 매료된 관객들의 심리 분석
프롤로그 : 이야기 줄거리를 길게 늘어 놓은 것은 작가의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을 다시 한번 음미해 보고, 내용 또한 한번 더 확인해 보고 싶어서이다. 사건 취재라는 큰 줄기에 치중하느라 두 사람의 로맨스, 유머의 역사, 여러 인물들의 다양한 에피소드는 언급되지 않았다. 독자들의 직접적인 완독을 강추한다.
♣ 웃으며 삽시다 : 책 속의 유머 몇 가지
사람의 몸이 창조되었을 때, 모든 부위가 저마다 대장이 되려고 했다.
뇌가 말하길, 내가 모든 신경계를 관장하고 있으니 대장 자리는 당연히 내 차지다.
발들이 말하길, 우리가 있기에 몸이 서 있을 수 있으니 우리가 대장이 되어야 한다.
눈들이 말하길, 바깥세상에 관한 주요 정보들을 가져다 주는 것이 우리이므로 우리가 대장 노릇을 해야 한다.
입이 말하길, 다들 내 덕분에 먹고 사는 것이니 나야말로 대장감이지.
심장과 귀와 허파도 그런 식으로 대장 자리를 욕심냈다.
마지막으로 똥구멍이 자기가 대장이 되겠다고 나섰다. 다른 신체 부위들은 코웃음을 쳤다. 한낱 똥구멍 주제에 우리를 다스리겠다고? 그러자 똥구멍이 성깔을 부렸다. 잔뜩 오므린 채로 제구실을 안하기로 한 것이다. 이내 뇌는 열에 들뜨고, 눈은 흐릿해지고, 발은 걷기가 힘들 만큼 약해지고, 손은 힘없이 축 늘어지고, 심장과 허파는 생존하기 위해 버둥거렸다. 결국 모두가 뇌에게 간청했다.대장 자리를 똥구멍에게 양보하라고.
그렇게 해서 똥구멍이 대장 자리에 올랐다. 신체 부위들은 비로소 각자의 활동을 재개할 수 있었다. 반면에 우두머리 노릇을 자청한 똥구멍은 모든 우두머리가 그렇듯이 주로 똥내 나는 골칫거리들을 해결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교훈 : 뇌 같은 존재라야 우두머리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작 우두머리 자리에 오르는 자는 한낱 똥구멍 같은 사람인 경우가 훨씬 많다.
다리우스 워즈니악의 스탠드업 코미디 <똥구멍의 미래는 밝다> 중에서
질베르는 이웃집에 사는 일본 사람이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해서 병원으로 면회를 하러 갔다.
병실에 들어가 보니 이웃 사람은 몸에 튜브를 잔뜩 꽂은 채 여기저기에 깁스를 하고 있다. 영락없는 미라의 몰골이다. 꼼짝달싹 못 하고 누워있는 그의 몸에서 보이는 것이라곤 두 눈뿐이다. 그는 자고 있는 듯하다. 질베르는 침대 옆에 가만히 서서 환자의 상태를 관찰한다. 그때 갑자기 일본 사람이 눈을 휘둥그렇게 뜨며 소리친다.
「바카야로, 오레노산소추-브오훈데룬다요!!!」
그러고는 마지막 숨을 내쉬고 죽어 버린다.
장례식 날, 질베르는 죽은 일본 사람의 미망인과 어머니에게 다가간다.
「진심으로 애도의 뜻을 표합니다.」
그는 두 여인에게 차례로 조문 인사를 건넨 뒤에 덧붙인다.
「사실은 고인이 숨을 거두기 직전에 저에게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바카야로, 오레노산소추-브오훈데룬다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아십니까?」
어머니는 기절해 버리고 미망인은 눈에 칼을 세우고 그를 노려본다.
질베르는 고집스럽게 다시 묻는다.
「아니… 그 말이 무슨 뜻인데 이러십니까?」
그러자 미망인이 그 말을 옮겨 준다.
「바보 자식, 내 산소 튜브를 밟고 있잖아!!!」
다리우스 워즈니악의 스탠드업 코미디 <첫째가 꼴찌 되리라> 중에서
2세 때는 똥오줌을 가리는 게 자랑거리
3세 때는 이가 나는 게 자랑거리
12세 때는 친구들이 있다는 게 자랑거리
18세 때는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다는 게 자랑거리
20세 때는 섹스를 하는 게 자랑거리
35세 때는 돈이 많은 게 자랑거리
50세 때는 돈이 많은 게 자랑거리
60세 때는 섹스를 하는 게 자랑거리
70세 때는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다는 게 자랑거리
80세 때는 이가 남아 있는 게 자랑거리
85세 때는 똥오줌을 가리는 게 자랑거리
다리우스 워즈니악의 스탠드업 코미디 <사랑할 땐 언제나 청춘> 중에서
엄마 낙타와 아기 낙타가 이야기를 나눈다.
「엄마, 우리는 왜 발이 이렇게 크고 넓적하죠? 발가락은 한 발에 두 개씩 밖에 없고요.」
「그거야 사막을 건널 때 모래 속에 빠지지 말라고 그런 거지.」
「아, 그렇군요.」
몇 분 뒤에 다시 아기 낙타가 묻는다.
「엄마, 우리는 왜 눈썹이 이렇게 길죠?」
「그건 모래 먼지가 눈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아 주기 위해서란다.」
「아, 그렇군요.」
조금 지나자 아기 낙타는 고집스럽게 또 묻는다.
「엄마, 우리는 왜 등에 이렇게 커다란 혹이 달린 건가요?」
엄마 낙타는 귀찮아하는 기색을 보이며 대답한다.
「이 혹은 우리가 사막에서 오랫동안 걸을 수 있도록 물을 저장해 주지. 덕분에 우리는 수십 일 동안 물을 마시지 않고도 버틸 수 있는 거야.」
「알겠어요, 엄마. 그러니까 우리는 커다란 발이 있어서 모래 속에 빠지지 않고, 기다란 눈썹이 있어서 모래가 눈에 들어가지 않고, 등에 혹이 달려 있어서 오랫동안 사막을 걸을 때 물을 저장할 수 있다는 거죠? 그렇다면 정말 이상한걸요…」
「뭐가 이상하다는 거니?」
「우리가 여기 이 동물원에서 뭘 하는 거죠?」
다리우스 워즈니악의 스탠드업 코미디 <동물은 우리의 친구> 중에서
두 남자가 케이크를 앞에 두고 앉아 있다. 한쪽 남자가 케이크를 두 조각으로 자른다. 하나는 크고하나는 작다. 그는 큰 것을 들어 자기 접시에 담는다. 그러자 친구가 삐친다.
「이건 정말 예의가 아니야. 이러면 안 되지.」
「쳇, 네가 나라면 어떻게 했을 것 같아?」
「나야 작은 것을 가져갔겠지.」
「그럼 불평할 것도 없네. 내가 작은 것을 남겨 줬잖아!」
다리우스 워즈니악의 스탠드업 코미디 <논리 문제> 중에서
두 노인이 젊은 시절에 자주 갔던 레스토랑을 회상한다.
이 레스토랑에서는 저녁 식사가 끝난 뒤에 한 남자 배우가 나와서 별난 묘기를 보여 주었다. 자기 음경을 꺼내서 그것으로 호두 세 알을 한번에 격파하는 묘기였다.
두 노인은 40년이 지난 뒤에 그곳을 다시 찾아간다. 종업원에게 물으니 같은 공연을 아직도 하고 있다 한다. 아닌 게 아니라 예전의 그 배우가 프록코트 차림으로 무대에 등장한다. 많이 늙은 모습이다. 스포트라이트가 켜지고 공연이 시작된다. 그런데 이제 그 배우가 음경으로 깨뜨리는 것은 호두 세 알이 아니라… 코코넛 세 개다! 공연이 끝나자 두 노인은 무대 뒤로 배우를 찾아가서 묻는다.
「왜 호두를 코코넛으로 바꿨나요?」
그러자 배우가 대답하기를,
「아이고, 잘 아시면서 그러세요. 나이가 들면… 시력이 떨어지잖아요.」
다리우스 워즈니악의 스탠드업 코미디 <논리 문제> 중에서
한 남자가 사막에서 길을 잃었다. 극도의 탈수 상태에 빠진 채 갈증 때문에 사경을 헤매고 있다.
그때 갑자기 한 사내가 눈앞에 나타난다. 그는 사내에게 소리친다.
「물좀 주시오! 물!」
「물요? 미안해요, 가진 게 넥타이밖에 없어서.」
「사막 한복판에서 넥타이라니, 그딴 걸 뭐에다 쓰겠소?」
그는 크게 낙담하고 힘겹게 가던 길을 계속 간다.
그러다가 어떤 오아시스에 다다른다. 오아시스는 담으로 둘러막혀 있고 입구에는 파수막이 버티고 있다.
그는 문지기 쪽으로 내닫는다.
「물 좀 주시오, 물! 제발 마실 것 좀 주시오.」
「이곳은 아무나 들어갈 수 없습니다. 들어가시려면 복장을 제대로 갖춰야 합니다. 넥타이 있습니까?」
다리우스 워즈니악의 스탠드업 코미디 <나 죽은 뒤에 세상이 망하든 말든> 중에서
어느 초등학교 교사가 논리적 사고에 관한 수업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묻는다.
「까마귀 세 마리가 전깃줄에 앉아 있는데 포수가 한 마리를 맞혀 떨어뜨렸어. 그럼 몇 마리가 남았을까?」
한 학생이 즉시 대답한다.
「당연히 두 마리죠.」
교사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아냐. 한 마리도 남지 않았어. 나머지 두 마리는 총소리에 놀라서 날아가 버렸거든. 이런 문제에 어떻게 대답하는가를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식으로 사고하는지를 알 수 있어. 네 대답은 네가 아주 단순하게 사고한다는 것을 보여 주는 거야.」
그러자 학생이 되받는다.
「이번에는 제가 선생님께 문제를 내도 될까요?」
「좋지. 논리적 사고에 관한 우리 수업과 동떨어진 문제가 아니라면 말이야.」
「세 여자가 백사장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어요. 첫 번째 여자는 혀로 핥아 먹고 두 번째 여자는 야금야금 깨물어 먹고 세 번째 옂는 입안에 넣고 빨아 먹어요. 셋 가운데 결혼한 여자는 누구일까요?」
「그야 세 번째 여자겠지.」
「아뇨. 정답은 <결혼반지를 끼고 있는 여자>예요. 이런 문제에 어떻게 대답하는가를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식으로 사고하는지를 알 수 있죠. 선생님의 대답은 선생님의 심리 상태를 잘 말해 주고 있어요. 」
다리우스 워즈니악의 스탠드업 코미디 <논리 문제> 중에서
세 남자가 한 친구의 장례식에서 만났다. 그들은 고인의 관 앞에 서서 똑같은 생각을 한다. 만약 아직 열려 있는 이 관 속에 이 친구 대신 내가 누워 있다면 남들이 무슨 말을 할까? 내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은 무엇일까?
첫 번째 남자가 말하기를,
「나는 이런 말을 듣고 싶어. 언제나 자식들을 위해 헌신했던 훌륭한 아버지였고, 아내가 원하는 거라면 무엇이든 해주었던 좋은 남편이었다는 말.」
두 번째 남자가 말하기를,
「나는 뛰어난 교수로서 학생들에게 노력의 진정한 가치를 알게 해주었다는 말을 듣고 싶네.」
그러자 세 번째 남자가 관을 바라보면서 하는 말.
「나는 그런 말보다 <어! 저것 보세요! 시신이 움직여요!>라는 말을 듣고 싶네.」
다리우스 워즈니악의 스탠드업 코미디 <벼랑 끝의 마지막 소원> 중에서
한 마을이 있다. 관광 수입으로 살아가는 마을이다. 그런데 경제 위기가 닥치면서 관광객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자 모두가 마을의 앞날을 놓고 점점 비관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드디어 관광객 한 사람이 와서 호텔에 방을 잡는다.
그는 100유로짜리 지폐로 숙박료를 지불한다.
관광객이 객실에 다다르기도 전에 호텔 주인은 지폐를 들고 정육점으로 달려가서 외상값 100유로를 갚는다.
정육점 주인은 즉시 그 지폐를 자기에게 고기를 대주는 농장 주인에게 가져다 준다.
농장 주인은 얼른 술집으로 가서 여주인에게 빚진 해웃값을 지불한다.
술집 여주인은 호텔에 가서 호텔 주인에게 진 빚을 갚는다.
그럼으로써 돈이 마을을 한 바퀴 돌아 첫 사람에게 돌아온다.
그녀가 100유로짜리 지폐를 카운터에 내려놓는 순간, 관광객이 객실에서 내려온다. 방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냥 나가겠다는 것이다. 그는 지폐를 집어 들고 사라진다.
돈이 돌기는 했으나, 번 사람도 없고 쓴 사람도 없다.
그래도 마을에는 이제 빚진 사람이 아무도 없다. 세계 경제의 위기라는 것도 결국 이런 식으로 해결하고 있는 게 아닐까?
다리우스 워즈니악의 스탠드업 코미디 <기본적인 시사 분석> 중에서
한 여객기에 승객들이 탑승하여 저마다 자리에 앉는다. 그들은 비행기가 이륙하기를 기다린다. 그때 조종사 제복을 입은 남자 두 명이 기내에 들어온다. 두 남자는 검정 선글라스를 끼고 있다. 한 남자는 맹인 안내견의 인도를 받으며 나아가고, 다른 남자는 흰 지팡이로 더듬더듬 길을 찾아간다.
그들은 통로를 나아가서 조종실로 들어가더니 문을 닫는다. 몇몇 승객은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을 접하고 헛웃음을 짓는다. 하지만 다른 승객들은 모두 경악 또는 공포에 사로잡힌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본다.
잠시 후, 엔진 소리가 들리고 비행기가 활주로를 달리기 시작한다.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그런데 왠지 비행기가 이륙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승객들은 원창 밖을 내다본다. 비행기가 활주로 끝에 있는 호수 쪽으로 곧장 나아가고 있지 않은가. 비행기가 더욱 빨라진다. 여러 승객이 상황을 알아차린다. 비행기는 이륙하지 않을 것이고 그들은 곧장 호수로 빠질 것이다. 그러자 공포의 비명이 기내를 가득 채운다. 바로 그 순간 비행기가 아주 사뿐하게 날아오른다. 승객들은 공포에서 벗어나 안도의 웃음을 짓는다. 그런 못된 장난에 속아 넘어갔다고 생각하니 바보가 된 기분이다.
몇 분이 지나자 승객들은 모두 그 소동을 잊는다.
한편 조종실에서는 기장이 계기판을 더듬어 자동 조종장치를 작동시킨 다음 부기장에게 말한다.
「실뱅, 내가 두려워하는 게 뭔 줄 아나?」
「모르겠습니다, 기장님.」
「이러다가 언젠가는 승객들이 너무 늦게 비명을 질러서 우리 모두가 죽게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것일세.」
다리우스 워즈니악의 스탠드업 코미디 <우린 대단치 않아> 중에서
한 부부가 이혼을 요구하기 위해 판사를 찾아갔다.
「나이가 어떻게 되시나요?」
여자가 대답한다.
「아흔여덟 살입니다.」
「영감님은요?」
「백한 살이외다.」
「결혼하신 지는 얼마나 됐습니까?」
「70년 됐습니다.」
「그럼 부부 사이가 나빠지기 시작한 것은 언제입니까?」
안노인은 가시 돋친 말투로 털어놓는다.
「65년 전입니다. 그 뒤로는 갈수록 나빠지기만 했어요.」
바깥노인도 할 말이 많은 기색이다.
「이 여자는 끊임없이 나를 비난했소이다. 정말 피곤했소.」
「그렇다면 왜 이제 와서 이혼하려고 하시죠?」
「자식들에게 아픔을 주는 것이 두려웠죠. 그래서 자식들이 죽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결판을 내기로 한 겁니다.」
다리우스 워즈니악의 스탠드업 코미디 <부부 문제> 중에서
한 본당 신부가 야생의 숲에서 산보를 하다가 갑자기 발밑의 물렁물렁한 땅이 푹 꺼지는 것을 느꼈다. 무엇을 잡고 매달릴 겨를도 없었다. 신부는 뒤늦게 자기가 모래 늪에 빠졌음을 알아차렸다. 발목이 잠긴 채로 허우적대고 있는데 때마침 구조대의 트럭이 그리로 지나간다.
구조대장이 묻는다.
「도움이 필요하세요? 원하시면 밧줄을 던져 드릴게요.」
「그럴 필요 없습니다. 저는 신앙이 있으니까 주님이 도와주실 겁니다.」
신부는 허리까지 모래 늪에 빠져든다. 구조대 트럭이 다시 지나가고 구조대원들이 또 묻는다.
「정말 도와 드리지 않아도 되겠어요?」
「이미 말했잖아요. 저는 신앙이 있어서 주님이 구원해 주실거라고요.」
신부가 모래 밖으로 머리만 내밀고 있을 때, 구조대원들이 세번 째로 지나간다.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지금이라도 밧줄을 던져 드릴까요?」
「저는 신앙이 있으니까 하느님이 절대로 저를 버리시지 않을 겁니다.」
결국 신부는 완전히 모래 늪에 잠겨 질식사하고 만다.
천국에 다다르자, 그는 노기가 등등한 채로 당장 하느님을 만나게 해달라고 요구한다.
「이왕 여기에 왔으니 꼭 여쭤 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저는 평생을 바쳐 주님을 섬겼는데, 어째서 주님은 제가 빠져 죽도록 보고만 계셨습니까?」
그러자 하느님이 대답하시기를,
「그게 무슨 소리냐? 내가 너를 구하기 위해 세 차례나 구조대원을 보내지 않았느냐? 나도 할 만큼은 했느니라.」
유머 기사단 총본부 창작 유머 511905
어느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일이다. 개학한 지 며칠이 지나서 오랜 전통에 따라 학급 단체 사진을 찍었다. 일주일 뒤, 선생님은 학생들이 저마다 사진을 사는 게 좋겠다 싶어서 설득을 시도한다.
「미래를 생각해 보세요. 수십 년이 지나서 이 사진을 다시 보면 정말 즐겁지 않겠어요? 그때 여러분은 아마 이렇게 말할 거예요. 어머, 얘가 프랑수아즈잖아. 얘가 이제는 의사가 되었다지? 그리고 여기, 얘는 실뱅이야. 엔지니어가 되었지.」
그때 교실 뒤쪽에 앉은 아이가 작은 목소리로 동을 단다.
「그리고 이런 말도 하겠죠. 여기 이 분이 우리 선생님이야. 가엾게도… 세상을 떠나셨지.」
다리우스 워즈니악의 스탠드업 코미디 <인생은 미묘한 순간들의 총합> 중에서
어느 날 한 소녀가 자기 어머니에게 물었다.
「저기요 엄마, 인간의 첫 조상은 어떻게 태어났어요?」
「그건 말이야, 하느님께서 최초의 인간인 아담과 이브를 창조하셨어. 그들이 자식을 낳고, 그 자식들이 나중에 부모가 되어 또 자식을 낳고, 그런 식으로 이어져 오면서 우리 겨레가 형성된 거야. 」
이틀 뒤, 소녀는 자기 아버지에게도 똑같은 질문을 던진다.
아버지의 대답은 이러하다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수백만 년 전에 원숭이들이 차츰차츰 진화해서 인간이 되었어. 그래서 오늘날 우리가 있게 된 거야.」
소녀는 심한 혼란을 느끼며 어머니에게 쪼르르 달려간다.
「엄마! 이게 어떻게 된 거죠? 엄마는 하느님이 우리의 첫 조상을 창조하셨다 하고, 아빠는 원숭이들이 진화해서 인간이 되었다고 하니 말이에요.」
그러자 어머니가 미소를 지으며 하는 말.
「아가야, 그건 아주 간단해. 엄마는 엄마 집안 얘기를 한 거고, 아빠는 아빠 집안 얘기를 한 거야.」
다리우스 워즈니악의 스탠드업 코미디 <성들의 전쟁, 그 생생한 현장> 중에서
작가의 말
우연한 기회에 친구로부터 들은 <노란 테니스 공> 이야기가 작가의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된다. <노란 테니스 공> 은 듣는 사람의 호기심을 유발하고 그 이유를 알기 위해 끝까지 이야기를 경청하게 만드는 힘을 가진 우스갯소리이다. 왜냐 하면 끝까지 들어도 그 이유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작가가 <노란 테니스 공> 이야기의 기원을 찾다 발견한 <중국 병풍> 이야기도 이와 유사하다. 이 이야기를 맨 먼저 지은 사람들은 누구인지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우스갯 소리들은 의외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이를 토대로 작품을 쓰고자 했다고 작가는 고백한다. 이 소설 속에서 <유머의 기원>을 찾아가는 두 기자의 모험담은 자신의 단편 소설 중의 하나인 <농담이 태어나는 곳>의 아이디어를 결합시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