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테크

프랑스 영화5 - 라 붐

unibelle 2011. 12. 25. 13:09

◐ 프랑스 영화 5 - 라 붐(La Boum)

 

 

 

감독 : 클로드 피노또(Claude Pinoteau)

시나리오 : 다니엘 톰슨(Daniel Tompson)

                       클로드 피노또(Claude Pinoteau)

출연 : 소피 마르소(Sophie Marceau)(빅 역)

         클로드 브라쐬르(Claude Brasseur)(빅 아빠 역)

         브리지트 포세(Brigitte Fossey)(빅 엄마 역)

배급 : 프랑스 고몽 필름(Gaumont Film Company)

연도 : 1980년

상영시간 : 110분

언어 : 프랑스어

 

 


 

★ 영화에 대하여

 

  앞의 네 영화에 비해 영화의 예술적 가치 측면에서는 다소 부족한 점이 있긴 하지만 소피 마르소의 데뷔작이어서 세간의 주목을 끌었던 영화이다. 프랑스적인 미모에 청순한 이미지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현대판 미녀 스타 소피 마르소의 매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작품이다. 영화 속에서 소피 마르소가 연기한 빅(Vic)의 엄마 역은 <금지된 장난>의 아역 배우 브리지트 포세가 맡았다. 어린 소녀의 모습으로 영화팬들의 뇌리에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는데, 막상 성숙한 여인으로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 처음에는 정말 긴가민가 했다. 하지만 이내 어린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음을 알아보고 또 한번 더 놀랐다. 어린 소녀 때나 성숙한 여인이 된 후에나 도시풍의 귀족미와 세련미는 여전하다. <금지된 장난>에서는 어린 소녀로서 나이에 비해 조용하면서도 당돌하고 자기 주장이 뚜렷하여 가끔씩 도시 깍쟁이의 티와 응석으로 미쉘의 마음을 흔들었다면, 이 영화에서는 딸 아이가 불만을 터뜨릴 정도로 자기 일에 몰두하는 철저한 프로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 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줄거리의 초점은 이제 막 청소년이 된 발랄한 소녀 '빅'의 사춘기에 맞추어져 있다. 이 시기는 학업에 대한 부담과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중첩되는 시기인데 이로 인한 고민과 불안은 지구상의 어떤 청소년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부모들이 자녀에게 가장 많은 관심과 주의를 기울여야 할 때가 바로 이 시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대 사회의 부모는 부모대로 더욱 바쁜 삶을 산다. 결국은 가족의 보다 나은 삶의 질을 위해서, 다시 말해 안정되고 편안한 삶을 위해서 부모 양쪽 모두 열심히 직장과 가정을 오가며 그들 역시 고민과 갈등을 만들고 풀고 하면서 인생을 헤쳐 나가고 있다. 부모와 자녀의 욕구와 바램이 일치하지 못하고 어긋나면 가정의 불화로 이어지는데, 다행히 빅은 자신의 고민만 있을 뿐 화목하고 경제적으로도 안정된 가정에서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하는 행복한 소녀이다. 바쁜 부모를 대신하여 빅의 사춘기적 고민과 문제를 해결하도록 도움을 주는 사람은 할머니. 빅과 할머니 사이에는 소위 '세대차이'는 없다. 여전히 젊음과 낭만을 잃지 않고 멋있는 삶을 살고 있는 할머니는 이제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하고 이성에 눈길이 가는 귀여운 손녀에게는 더 없이 다정한 친구이자 선생님이다. 물론 평소와는 달리 성격이 날카롭고 부모에게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딸의 고민과 관심사를 외면하지 않고 슬기롭게 대처하도록 용기와 격려를 주는 프랑스 부모의 모습도 눈여겨볼 만하다. 

 

 

♣ TIP

 

  사람이면 누구나 겪는 어려운 시기인 사춘기. 우리 나라의 청소년들을 생각해 본다. 우리 나라 청소년들에게서 나타나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성적 호기심'의 왜곡된 표현이다. 삶 속에서 남자와 여자는 서로에게 이끌리고, 사랑하고, 헤어지고, 결혼하거나 이혼하는 등의 과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배워나가는  과정이 생략된 우리나라의 많은 청소년들이 쉽게 접하는 성교육 환경은 '무질서하고 문란한 인터넷 접속'이다. 이 영화에서처럼 자신의 문제에 대해 부모가 관심을 가져주고 도와주길 바라는 아이들은 바른 생각과 바른 생활을 하게 되지만, 부모와 단절된 공간에서 가상의 대상이 제공하는 유해 매체에 은밀하게 빠져들기를 반복하는 아이들은 부모가 알까 두려워 숨기게 되고, 또래 집단의 심리와 결정에 의존하게 되므로 자신도 모르게 왜곡된 생각과 생활이 습관화될 수 밖에 없다.

 

  부모된 사람들은 옆길로 빠진 자식을 두고는 어떤 변명도 설득력이 없다. 아이의 정서가 황폐화되고 어두운 미로에서 방황하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부모의 앞날도 점점 막막해질 것이다. 아이는 만 18세가 될때까지 한시도 방심해선 안 될 시한폭탄과 같다. 제 손으로 밥 먹고 화장실 가고 걸어다니고 학교에 들어가면 '이제 다 키웠다'고 생각하는 부모가 의외로 많다. 육체는 밥 잘 먹고 병에 걸리지 않으면 저절로 잘 자랄 수도 있다. 그러나 인간에게 더 중요하고 필요한 것은 정신이다. 정신은 아이 혼자서 채우지 못하는 영역이다. 외부로부터 입력되는 온갖 지식과 체험 이전에 부모의 숨결, 눈길, 관심, 대화가 지속되지 않으면 구멍뚫린 부실 영혼이 되고 만다. 마치 바람들어 못 먹게 되는 무우와도 같이. 겉이 멀쩡해도 속이 텅 빈 아이들은 늘 방황하고 불안하다. 밥 한숟갈 덜 먹어도 부모의 관심과 대화를 먹고 사는 아이들은 속이 꽉 차기 때문에 추운 겨울에 두툼한 겉옷이 없어도 춥지 않음을 부모들은 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와 같은 영화는 이런 생각을 눈 앞에서 보듯이 쉽게 일깨워주는 좋은 매체라 하겠다. 이런 관점에서 영화를 보면 영화를 보는 눈이 달라질 것이다. 대다수는 이 영화를 '청소년 영화'라 하지만 부모된 사람들에게 부모의 역할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보는 기회를 준다는 의미에서 본다면 '부모를 위한 영화'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