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영화 3 - 금지된 장난(Jeux interdits)
개요
제목 : 금지된 장난(Jeux interdits)
감독 : 르네 클레망(René Clément)
각본 : 장 오랑슈(Jean Aurenche), 피에르 보스트(Pierre Bost), 르네 클레망
원작 : 프랑수와 봐이에(François Boyer)<은밀한 놀이(Les Jeux inconnus )>
코스트(Napoléon Coste), 장-필립 라모(Jean-Philippe Rameau) 등.
출연 : 브리지트 포세(Brigitte Fossey)(폴레뜨 역), 조르쥬 뿌줄리(Georges Poujouly)(미쉘 역)
기타 편곡 : 나르시소 예페스(Narciso Yepes)
개봉 : 1952. 5. 2
국가 : 프랑스
장르 : 드라마(반전영화)
상영시간 : 85 분
대상 : 전체 관람가
수상 : 베네치아 영화제의 산마르코 금사자상(1953, 작품상)
아카데미 외국영화상
영화에 대하여
먼저 이 영화의 제목에 대하여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보통 영화를 보기 전 예비 관객들의 관심은 제목으로 쏠리는데, 이는 영화에 대해 제목이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으로 추측하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이 영화는 <금지된 장난>으로 번역되어, 언뜻 제목만 보고 많은 사람들이 혹시 '성인영화'가 아닌가 호기심을 발동하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시나리오의 원작 소설 제목은 <은밀한 놀이>로 번역되는데, 이는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놀이'라는 뜻으로 영화 속의 아이들이 헛간에서 하는 십자가 무덤놀이를 가리킨다. 물론 이러한 표면적인 놀이가 암시하는 속뜻은 '전쟁'이다.
영화는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독일군의 공습을 피해 파리 근교로 이동하는 한 무리의 피난 행렬로 시작된다. 파리 중산층에 속하는 일가족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어린 딸 아이(폴레트, 당시 5세)를 데리고 피난하던 중 부모는 폭격을 맞아 그 자리에서 숨지고 아이 혼자 살아 남아 방황하다 근처 시골에서 밭일을 하던 농부에 의해 구조되어 함께 생활하게 된다. 농부는 어린 아들(미쉘, 당시 11세)에게 소녀를 돌보게 하는데, 어리지만 끔찍한 전쟁의 환영에 시달리는 소녀에게 소년은 연민을 갖고 이를 달래고 위로하기 위하여 갖은 애를 쓴다. '물방아간의 허름한 창고에서 둘만이 즐기며 노는 십자가...'에서 알 수 있듰이 소녀가 집착하는 '십자가 무덤 만들기' 놀이를 위해 마을의 십자가를 훔치는 사건이 발생하고 이는 어른들 간의 불화를 초래하는 계기가 된다. 전쟁이 끝나면서 소녀는 전쟁 고아 구제 정책에 의해 소년을 떠나야 하는 순간이 오는데, 그동안 부모의 공백을 메꾸어 준 소년에게 온통 의지해 오던 소녀로서 소년을 떠난다는 일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고, 소년 또한 자기도 모르게 가슴 속에 싹튼 순정을 외면할 수 없어 괜한 심통만 부린다. 하지만 결과는 해피 엔딩, 파리행 열차를 기다리는 동안 역 구내의 북새통에서 소녀는 길을 잃고 헤매다 소년의 이름을 부르며 어디론가 달려간다. 아마도 소년과 만나게 되리라.
******** 프롤로그 ********
보통 이 영화를 소개할 때 어린 소녀와 소년의 사랑에 초점을 맞추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잘 보면 이것은 하나의 에피소드에 지나지 않는다. 그 렇게 생각하는 건 아마도 주제 음악 때문이 아닌가 싶다. 왜냐 하면 주제 음악, 특히 기타 곡으로 편집된 음악의 제목은 '로망스'. 이 곡은 원래 스페인 민요라고 하는데, 이 영화를 통해 소개되면서 일약 유명한 '영화음악'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영화의 위력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다. 지금은 전 세계 기타 애호가들의 레퍼터리 1호가 되어버린 곡이다.
물론 어떤 에피소드에 중점을 두고 보던 관객들의 몫이다. 그러나 영화를 만든 사람들은 어린아이들의 순진하고 천진한 눈을 빌려 참혹하고 비참한 전쟁의 결과를 아름답고 은은하게 울려주는 효과를 노린 것이므로, 우리는 이 영화를 통해 전쟁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봄이 마땅하다 생각된다. 폭격에 놀라 소녀의 품을 달아나는 강아지와 그 강아지를 잡으러 가는 소녀는 전쟁이 어떤 것인지 전혀 모른다. 다만 전쟁으로 인한 온갖 피해를 당하기만 할 뿐이다. 강아지를 좇아 가는 딸을 붙잡느라 미처 피하지 못한 부모는 폭격을 피할 수 없었다. 전쟁을 모르는 소녀의 행동이 사랑하는 부모의 죽음을 불러왔다는 사실은 엄청난 것을 시사한다. 아이에게는 부모의 존재가 전부이다. 전쟁을 일으키는 사람들도 전쟁의 결과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강아지를 쫓아가는 소녀처럼 머리속에는 오직 하나, 어떤 것을 손에 넣기 위해 본능적으로 그 일을 해야만 한다는 일념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돌아 보았을 때는 이미 때는 늦다. 가장 소중한 것을 전부 잃게 되고 더 이상 아무것도 남는게 없다.
폴레트와 미쉘의 에피소드는 전쟁의 암울한 현실 속에서 한 가닥 희망의 빛으로 다가 온다. 아이들의 세계는 어른의 세계와는 다르다. 영화 속의 어른 들이 서로 이익을 위해 티격태격하는 장면과 헛간에서 하잘 것 없는 십자가를 갖고 노는 두 아이들의 사심없는 행동이 묘한 대조를 이루면서 영화는 깊이를 더해 간다. 아역을 맡은 브리지트 포세는 천재적인 연기로 호평을 받았는데, 연기라기 보다는 실제 상황으로 착각할 정도로 리얼하게 배역을 훌륭히 소화해 내었다. 이후 성숙한 모습으로 다른 영화에 출연한 것을 봤는데, 어릴 때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을 보고 매우 놀랐다. 시나리오, 연출, 배우들의 연기, 음악이 탁월한 프랑스 영화의 또 하나 수작임에 틀림없는 명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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